▲박정희판 군함도 서산개척단의 '눈물'서산개척단 성재용씨가 31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박정희판 군함도 서산개척단의 진실을 들려주며 억울함을 호소하다 눈물훔치고 있다.
남소연
붉고 푸른색으로, 비명지르듯 적힌 펼침막과 달리 카메라 앞에 선 노인들은 대부분 긴장 가득한 얼굴이었다. 연사로 나선 단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하나같이 손을 떨었다.
56년을 묵힌 개척단 문제를 끊임없이 공론화 하고자 노력했던 정영철(77)씨는 "긴장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눈물부터 쏟았다. 정씨는 "수 십 년 동안 품고 있던 걸... 이렇게 기자회견 하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 기자회견 내내 눈물... 얼마나 서러웠으면 서산개척단 단원과 모월리 주민 80여 명이 31일 청와대 앞에서 '서산개척단 진실규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 조혜지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그의 말은 길고, 또 빨라지기 시작했다. 사회자가 막기 전까지 그는 울분을 멈추지 않았다. 정씨는 개척단에 처음 온 1961년을 떠올리며 "(감시원들이) 우릴 사람으로 만든다는데, 그럼 우리가 언제 사람이 아닌가... 속으로만 생각했다"면서 "끌려 올 이유가 없다고 하면 맞아 뒤진다"고 말했다.
정씨는 특히 민정식 단장 등 당시 단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강제결혼을 시킨 일명 "윗대가리"들과 개척단 사업을 기획하고 지시한 당대 정부를 향해서 분노를 쏟아냈다.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살렸다는디. 살린 놈들은 살렸겄지. 죽인 놈들은 한없이 죽였단 말여유. 56년을 방치했다고. 인권 유린한 값을 줬나. 밀가루도 미국서 주는 걸... 생명을 유지할 만큼만 줬어유. 그 세월을 얼마나 선전했는지 압니까."
"소원 풀었다"면서도 "대통령님이 봐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