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아빠가 못내 안타까워, 정말 큰 맘 먹고 소파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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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빠가 못내 안타까워, 정말 큰 맘 먹고 소파를 선물했다. 우리 집에 딱 맞는 3인용 소파. 아빠가 집에서만이라도 조금은 넓게 아빠의 자리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합성피혁의 인조 가죽 소파는 67만9천900원이었다.
물론, 소파가 들어갈 자리는 집에 없었다. 그래도 애를 써 가며, 낡은 가구들을 정리해 욕심으로 들여 놓았다. 70평생 아빠의 첫 소파. 그리고 60평생 엄마의 첫 소파. 태어나 한 번도 소파를 가져본 적이 없는 분들이다. 그러니 나 역시 인생의 첫 소파다.
태어나자마자 집에 소파가 있었다면 애초에 소파를 가졌던 사람이라면 그게 뭐 대수냐, 별거냐 하겠지만, 나이게도 '소파'라는 가구는 조금 특별하다. 그 안락함과 편안함을 가져보지 못해서 그랬을까, 주어진 적이 없어서 였을까... 말로는 표현이 잘 안 되지만 무척이나 갖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소파가 생겼다! 이제 우리 세 식구, 배불리 저녁을 먹고 오순도순 소파에 앉아 하루를 얘기하고 정리하겠지 싶었는데... 또 낯선 풍경이 그려진다. 아빠가 소파에 등을 기대고 편히 앉지 못하고 소파 가장자리, 그 끝에 겨우 엉덩이만 걸터앉으시는 거다. 굽은 허리를 세우고 불편한 자세로 TV를 보시는데 왜 그러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또 어떤 날엔 소파를 등받이 삼아 바닥에 앉아 계신다.
'아~ 답답해. 소파는 도대체 왜 산거야?' 이런 생각이 들자 화가 났다. 소파가 있어도 소파를 쓰지 못하는 현실이, 이것도 사용법이 따로 있는 걸까? 아니면 사용자가 따로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미치자 신경질이 났고, 그 화살은 결국 나에게로 향한다. 너무 늦었단, 책망이랄까.
소파 생활 4개월 차. 이제 아빠도 여유가 좀 생기신 모양이다. 소파에 털썩 앉는 건 물론, 모로 누워 TV 보기는 유일한 낙이 된 듯하다. 네모 박스의 경비실에서 벗어나 아빠도 아빠의 자리가 생겼다. 굽은 무릎을 그나마 편하게 뻗을 수 있게 됐다. 딸은 그 모습을 오래도록 인물화로 남기고 싶다. 작품 제목은 작고 늙은 나의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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