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으로 읽는 동아시아의 미술> / 지은이 한정희·최경현 / 펴낸곳 돌베개 / 2018년 1월 2일 / 값 30,000원
돌베개
<사상으로 읽는 동아시아의 미술>(지은이 한정희·최경현, 펴낸곳 돌베개)에서는 동아시아 곳곳에 산재해 있는 미술, 고건축, 조형물, 그림 등에 밑그림처럼 스며있고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사상적 의미를 시대별로 읽으며 새길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사상은 정치 체제나 제도, 사회적 가치나 문화로 스며들어 드러나기도 하지만 건축, 조각, 글, 그림은 물론 음악과 풍습 등으로 스며들어 차곡차곡 퇴적되며 화석 같은 흔적으로 드러납니다.
역사와 사상, 사상과 문화는 결코 별개일 수 없습니다. 역사가 그러하듯 미술 또한 허투루 그려지거나 그냥 만들어지는 건 없습니다. 상징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고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어떤 미술은 쏘아 붙이듯 사실그대로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또 다른 어떤 미술은 빙빙 말돌려가며 조롱하고, 에둘러 드러내는 노여움처럼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내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고궁이나 양반가를 보면 뒤뜰에 연못정원 하나쯤은 어떻게라도 마련해 놓은 듯합니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만든 연못일 수도 있고, 한량인 주인이 취흥을 돋우고자 만든 장소일 수도 있지만 연지(蓮池)가 유행처럼 조성된 배경은 성리학의 확산입니다.
주돈이가 사대부의 삶을 연꽃에 투사하여 읊은 「애련설」은 성리학의 확신을 배경으로 후대에 널리 파급되며 차운시의 제재가 되거나 정원의 연지蓮池 조성을 유행시켰고 그림으로도 그려졌다. 원래 연꽃은 인도가 본산지로, 불교에서 극락왕생을 나타내는 연화화생蓮花化生의 종교적 함의로 다루어졌다. 하지만 「애련설」을 기점으로 연꽃은 도덕적인 군자를 대표하는 것으로 의미가 바뀌면서 성리학 확산을 배경으로 시서화는 물론 정원문화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 <사상으로 읽는 동아시아의 미술>, 217쪽
책은 기원전부터 20세기까지의 시대적 사상이 당대를 담고 있는 미술(건축물, 조형물, 그림 등)에 어떻게 반영돼 있는지를 투영해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역사입니다. 하나하나의 미술에 심호흡처럼 스며있는 사상을 청진하고, 넋처럼 살아있는 사상을 감지해가며 새길 수 있는 의미 깊은 안목을 키워주는 설명입니다.
미술을 에두르고 있는 사상, 미술이 아우르고 있는 사상을 모른 채 대하는 역사는 별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세월이 남긴 한낱 흔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그림에 선과 색으로 그려진 의미, 구도와 형상으로 담긴 사상까지를 읽게 된다면 사상으로 읽는 미술은 온갖 역사를 꿰차고 흐르는 도도한 아름다움일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에 신화, 유교, 도교, 불교, 선종, 성리학, 양명학, 실학, 서학, 고증학이라고 하는 사상(思想)이 어떤 흐름을 형성하며 어떻게 투영돼 있는지 까지를 알게 된다면 지금껏 감상과 역사물로만 대하던 그 미술에 스며있는 사상들까지를 다시금 또렷이 되짚어가며 새기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사상으로 읽는 동아시아의 미술
한정희.최경현 지음,
돌베개,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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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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