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의 키를 쥔 다스 전 경리팀 여직원 조아무개씨가 31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서울 동부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측근 및 내부자 폭로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자 상황은 갈수록 꼬여만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30일 이 전 대통령을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다스 횡령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핵심 인물로 지목됐던 다스 전 경리직원 조아무개씨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이다.
조씨는 2008년 정호영 전 특검이 'BBK 사건'을 수사할 당시 다스 자금 120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고도 아무 탈 없이 다스에 재직했다. 당시 특검팀에 따르면, 경리팀 말단이었던 조씨는 다스 협력업체 직원 이아무개씨와 공모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총 120억43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씨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특검은 조씨의 횡령을 개인 비리로 판단해 수사 결과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이후 검찰 수사는 유야무야됐다. 다스 역시 120억 원을 횡령한 조씨를 처벌하지 않고 계속 근무하도록 했다. 이는 조씨가 횡령한 120억 원이 결국 '다스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막대한 자금을 횡령한 조씨가 어떠한 처벌이나 징계 없이 직장을 활보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미 돌아선(?) 여러 측근들과 마찬가지로, 조씨의 심경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정황을 구체적 보여주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 녹취록을 공개한 당사자인 김종백씨는 지난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씨와 관련해 아주 의미심장한 진술을 한다. 조씨가 아주 억울해하고 있다면서 '이거 잘못되면 나도 가만히 안 있지'라는 식으로 말하는 걸 두세 번 들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김씨는 이어 조씨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당선인 시절에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며 "120억도 공소시효가 2월 21일이라고 하는데 아직 2월 21일이 아니다. 진짜 내가 계속 받았다고 우기면 바로 실형이, 언론에는 8년 이상 20년 이상이라고 하는데 남편 있고 자식도 있는데 곧 밝혀지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이 다스 횡령 사건의 실체를 입증할 관련자 진술과 증언, 증거 등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마당에 조씨가 입을 닫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조씨의 심경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그가 다스 횡령 사건의 핵심 쟁점인 비자금 조성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검 조사 당시 조씨는 120억 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 전 사장을 비롯해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서로 약속이나 한듯 태도가 바뀌고 있다. 김씨의 증언에 따르면, 조씨 역시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이는 그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복잡난해하기만 했던 다스 횡령 사건의 퍼즐이 손쉽게 맞춰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어디 그뿐이겠나. 특활비 상납 사건, BBK 의혹, 국정원 및 군 사이버사 정치개입 사건, 민간인 사찰 의혹,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박원순 제압 문건, 공영방송 장악 의혹, 사자방 의혹 등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은 차고도 넘친다. 하나같이 모두 헌법가치를 유린하고 민주주의의 질서를 파괴한 중대 범죄들이다.
이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보수진영의 '정치보복' 주장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 시국은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타개할 수 있는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 전 대통령이 저지른 국기문란의 정황 증거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 전 대통령이 비리의 '몸통'임을 입증할, 시쳇말로 '빼도 박도 못할' 증거 말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이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서게 되리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솔직해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며, 국가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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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경리직원까지 등장했다... '빼박 MB'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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