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진료를 받으러 올때마다 가장 먼저 들러서 채혈을 한다
강상오
한반도가 엄청난 한파로 인해 전국이 영하권의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던 지난 25일, 6개월 만에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최근 들어 밤낮이 바뀌다시피 한 생활을 하고 있어서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일어나는데 평소와 달리 일찍 일어나려니 힘들었다. 추워서 그런지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더 싫었다.
2013년 10월 수술하고 벌써 만 4년이 훌쩍 지났다. 암이라는 병을 겪으면서 새로운 인생을 찾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며 한달이 1년처럼 길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매일이 새로운 경험으로 신기했고 넓은 세상을 마주한다는 사실에 설렜다. 그런데 어느샌가 이 생활에도 적응을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특별한 것' 없는 똑같은 일상 속에 살고 있다.
그렇게 어느샌가 4년이 지났고 '완치'가 가까워 오고 있다.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받는 초음파 검사는 이번이 마지막 검사다. 가끔 보면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 한번에 치료가 안 되서 여러차례 반복치료를 하며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나는 그래도 운 좋게 한번의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특별한 재발 소견없이 잘 지나가고 있다.
오랜만에 차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병원으로 갔다. 아무래도 대학병원의 외래진료가 있는 날은 병원 주차장이 너무 혼잡해 주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기도 했고, 때마침 부산에 또 다른 스케줄이 잡혔는데 주차장 협소로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권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엄청 추운 날이라 내복까지 단단히 챙겨입고 병원으로 갔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지하철 2호선 구명역에 내려 지하철 2호선으로 개금역까지 이동, 또 내려서 백병원으로 올라가는 마을버스까지 환승을 해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 버스 내리는 위치가 지난번과 달라져 있었다.
마을버스를 내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본관으로 들어가 3층으로 올라갔다. 본관 3층엔 채혈실이 있다. 채혈을 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병원에 오면 무조건 채혈부터 하고 움직여야 한다.
채혈실 앞에 도착하니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대기중이었다. 채혈실 접수카운터에 번호표 기계도 새로 생겨있었다. 그만큼 환자들이 더 많이 늘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겨울에 하는 채혈은 여름보다 불편하다. 아무래도 옷을 두껍게 입고 있기 때문이다. 채혈 번호표를 받고 패딩점퍼를 벗은 후 니트와 셔츠 그리고 그 안에 내복까지 3겹으로 된 팔을 걷어부쳐야 했다.
순식간에 채혈을 하고 알콜 솜으로 5분간 지혈을 하기 위해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채혈한 부위를 누르고 있으니 지혈 하고 붙이라며 조그만 반창고를 나눠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