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직하던 2016년 3월 28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이 작성한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후보자 검토' 관련 문건. 후보자 추전 명단 중 1순위는 적색, 2순위는 청색, 3순위는 흑색으로 분류돼 표기돼 있다.
참여연대 공개 자료
한편, 대법원의 입장문에 대해 비판 여론이 비등해진 가운데 김 대법원장이 24일 추가조사위의 결과와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김 대법원장은 '대국민 입장문'과 함께 법원 전산망 내부게시판에 '법원 내부 입장문'을 따로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법부를 향해 뜨겁게 분출되고 있는 국민적 불신을 해소시키고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법원 내부의 혼란을 봉합시키려는 취지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나온 문건들의 내용은 대다수의 사법부 구성원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다"라면서 "사법행정이라는 이름으로 권한 없이 법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성향에 따라 분류하거나, 재판이 재판 외의 요소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만한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추가조사위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와 근본적인 제도개선책 마련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스스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면서 "사법행정, 재판제도, 법관인사 전반을 점검해 모든 부분을 사법 선진국 수준의 투명한 시스템으로 대폭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다.
요컨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이 자체 조사에 의해 밝혀지고 있는 만큼 추가조사를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문제가 되고 있는 사법시스템 역시 전면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의 입장문은 진솔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추가조사와 제도개선책 마련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대법관들의 입장문이 나온 직후에 발표된 것이라 시의적으로도 적절해 보인다.
자체적으로 진상 밝힐 수 있는 마지막 기회그러나 당면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관련 의혹은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의혹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임 전 차장의 컴퓨터는 물론이고 조사하지 못한 파일과 삭제된 파일 등 추가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할 사안들이 한둘이 아니다. 사찰의 경위와 과정, 이를 지시한 윗선을 밝혀내는 일도 중요하며 당시 사법부 수장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이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의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입장문에서 드러나듯 사법부 내부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사법부 일각에서 추가조사위의 조사에 불만과 반발이 터져나온 것도 예사롭지 않다. 그런가 하면 추가조사위의 활동과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보수진영의 프레임 공세 또한 만만치 않다. 사법부 자체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김 대법원장의 의지와는 별개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법관의 독립을 명시한 헌법을 정면으로 거스린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사건이다. 강도 높은 추가조사를 통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내야 한다. 진상조사와 추가조사위의 조사로도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미 검찰이 판사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김 대법원장과 양 전 대법원장, 고위법관 등이 고발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는 사법부의 추가조사 진행 추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번이 자체적으로 진상을 밝힐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 기회를 잃는다면 검찰 수사는 물론이고 특검 수사까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사법부의 권위와 위상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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