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목표 4번 - 교육목표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
Asian Development Bank
성소수자도 똑같이 권리·의무 있는데... 공허한 선언글로벌 교육의제의 일곱 번째 목표(지속가능발전목표/SDGs 4.7)는 "지속가능발전, 지속 가능한 생활양식, 인권, 성평등, 평화와 비폭력 문화 확산, 세계시민의식, 문화다양성 존중과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문화의 기여 등에 대한 교육"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시민교육이 글로벌 교육의제의 주요 내용으로 채택되는 데 큰 역할을 한 한국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정작 학교 공동체에 존재하는 성적소수자 청소년 또는 교사에게 안전한 공간 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뿐만 아니라 성평등에 대해 연구하고 나름의 시도를 해오던 초등교사들에게 쏟아지던 비난을 모른 척한 교육부의 태도는 세계시민교육을 주도하겠다는 그 의지와 지향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총 4장짜리인 인천선언문이 만들어진 2015 세계교육포럼에 당시 44억 원의 정부예산이 소요되었습니다. EBS를 설립하는 데는 1000억 원의 정부자금이 출자되었지요. 세금 덕분에 작성될 수 있었던 인천선언문의 열두 번째 항목은 2030 글로벌 교육의제 이행의 근본책임이 각국 정부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조세납부의 의무와 시민의 권리를 생각하면 우리 사회의 성적소수자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으면서도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는 누리지 못하고 있는 매우 불평등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천선언 이후,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 유네스코 관련기관들은 세계시민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기 위해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해야 하는 환경에서 교육은 어떤 존재들을 지속적으로 배제해 왔을까요? 내가 성적소수자라고 말한 이후에 받게 될 차별과 배제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 한국정부가 이행하는 시민교육은 얼마나 공허할까요? 내가 성적소수자임을 밝힐 수 없는 학교에서 세계시민교육이라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요?
저는 누군가의 유예된 권리에 대해 모른 체하며 혐오와 폭력 속에 교사들을 방치했던 교육부와 성적소수자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를 외면하는 한국 정부가 그리는 세계시민성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국가가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가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제10조).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함"을 보장하고 있지요(제11조). 그렇기 때문에 말로만 세계시민이 아니라 내가 발 디디고 있는 사회에서 '시민'이 되어가는 경험을 제공할 책임이 국가에 있습니다.
논란이 되는 것들을 억압하여 침묵하도록 하는 국가권력이 아니라 대립하고 갈등하는 지점들을 건강하게 드러내고 논쟁하며 합리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국가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배움의 환경을 제공받을 권리가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모든 국민에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은 모든 국민의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제3조)"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제4조)"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에 의해 설립된 EBS는 공공 교육기관으로서 이러한 권리를 보장할 책무가 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