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의 선전 포스터 한국 교총은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무자격 교장공모제'라 부르며 이는 '나쁜 정책'이라 주장한다.
한국교총 홈페이지에서 가져옴
한국교총은 우리나라 최대의 교원단체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 단체를 실질적으로 대표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은 교장, 교감을 비롯하여 장학사, 장학관 등 소수의 교육 관료들이라는 건 교사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다들 교장이거나 교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들이 중심이 된 한국교총의 공모제 교장 반대는 당연하게도 보인다. 그들로선 자신의 기득권을 조금도 놓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평교사가 교장이 되는 길을 많이 터줄수록 자신들의 밥그릇 수가 그만큼 작아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네들에게도 내부공모형 교장을 신청할 자유와 권리는 엄연히 주어져 있음에도 말이다.
'특정 노조'=전교조 적대시하는 한국교총의 역사적 뿌리그럼 '특정 노조 교장 만들기' 운운이 뜻하는 건 무엇일까? 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소속의 교사가 교장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인데 이건 또 왜일까? 여기에 답하기 위해서는 한국교총의 역사를 일별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역사적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박근혜-이명박의 새누리당‧한나라당, 김영삼-김종필-노태우의 민자당, 전두환의 민정당, 박정희의 공화당, 이승만의 자유당을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면 한국교총의 뿌리는 어떤 것일까?
한국교총의 전신은 1948년 이승만 정부에서 결성되어 전교조 창립의 해인 1989년까지 우리나라의 유일한 교원단체로 존재한 대한교련 (대한교육연합회)이고, 이 대한교련의 전신은 조선교련 (조선교육연합회)이며, 또 그 전신은 일제하 조선교육회이다.
8.15 해방 직후 민주주의와 민족의식에 투철한 교원들이 모여 건설한 자발적 교원단체는 조선교육자협회로서 '교육계의 친일 부역자‧민족 반역자의 추방, 교육 내용의 민주적 혁신, 학부모에 대한 과중한 부담 강요 중단' 등을 주창한 평교사 중심의 교원 단체였다.
그러나 미군정청은 이를 불법화하고 미군정청 문교장관과 교육 부문의 친일 경력자들이 주도하는 조선교련을 급조케 했던바 그것은 일제하 어용 단체인 조선교육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승만 정부 수립 후 조선교련은 대한교련으로 이름을 바꾸지만, 문제는 그 어용성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그럼에도 대한교련이 거대한 유일 교원단체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것은 1960년 4.19 혁명과 함께 태어난 자주적 교원단체로서 한국교원노동조합을 이듬해 5.16 군부 쿠데타가 철저히 탄압‧와해시킴으로써였다.
조선교련에서 대한교련으로 이름은 바꿨지만, 그 어용성은?"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영도 아래 추구되는 모든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전두환 5공화국이 표방한) 국민정신교육에 총력을 경주할 것을..."둘 다 대한교련의 정기대의원대회 결의문 일부로서 전자는 1971년의 것이고 후자는 1981년의 것이다.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정치권력에의 예속을 분명하게 결의한 셈이다. 회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평교사들의 활동과 참여는 애당초 배제하고 교장‧교감, 장학사‧ 장학관 같은 교육행정 관료와 밀착된 회장단과 사무국 간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랄 수 있었다.
이러한 대한교련에 최초로 큰 위기가 닥친 것은 범국민적‧범교사적 지지 속에 전교조가 출범한 1989년 봄이었다. 대한교련에 대한 평교사들의 봇물이 터진 비판과 탈퇴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자 이 단체는 다시 이름을 한국교총으로 바꾸고는 평교사에게도 임원이 되는 길을 터주겠다는 등 일련의 변화를 천명했다. 그 바로 직전에만 해도 1987년 6월 항쟁으로 권력에서 물러난 전두환에게 당시 대한교련 회장이 전국의 교육장과 교육회장 322명의 서명까지 받아 7백여만 원짜리 초대형 병풍을 선물했던 단체였다.
어쨌거나 간판을 바꿔 단 한국교총은 자주적인 교원단체로서 교원의 지위 향상이나 교육 현장의 민주화,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코자 하는 환골탈태의 길을 갔던가? 불행히도 그러지 못했다.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혁신학교, 일제고사 반대 등 전교조의 정책이나 운동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를 하는 것이야 생각의 차이라고 제쳐 놓더라도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일관되게 보여 온 매우 편향된 정치색에 대해선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두 가지 예만 들어보자.
한국교총으로 다시 변신한 후에도 새누리당의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 찬성, 박근혜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도 지지 2014년 6월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교사 출신을 비롯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 (17개 지역에서 13명) 되자 당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을 들고 나왔다. 그러자 한국교총은 기존의 직선제 찬성 입장을 백팔십도 바꾸어 정부 여당의 편을 들고 나섰다. 또 있다. 2016년 박근혜 정권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밀어붙이자 회원의 절대다수인 평교사들의 의견은 제대로 확인해 보지도 않고 한국교총의 이름으로 그 지지를 선언했다. 이 같은 사례만 놓고 봐서도 한국교총 (정확하게는 한국교총의 회장단이나 중심 간부들)은 교육계의 '적폐'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