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아침이다. 나는 아침에 눈 뜨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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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침이다. 나는 아침에 눈 뜨기가 두렵다. 딱히 할 일도, 그렇다고 손에 잡히는 일도 없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막막하다. 다니던 계약직에서 한 달이 조금 지나 해고된 후 벌써 6개월을 경과하고 있다. 이에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
해고 이후 이런저런 계약직 자리를 물색해보았지만, 서류에서 탈락하거나 면접에서 탈락했다. 계약직도 경력과 경험이 필요하고, 자격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한때는 거의 매일 구직 사이트에 접속하다시피 했지만, 급여의 측면에서나, 담당 업무의 내용에서나 마땅한 일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하기야 전문 기술 하나 소지하지 못한 문과 출신의 20대 남성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은 건 꽤 오래된 현상일 것이다.
결국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구직은 포기했다. 하긴 설사 계약직 구직에 성공하더라도 아르바이트나 계약직인 이상 단순 반복 작업에 그칠 뿐, 개인적으로 흥미나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또, 더 나아가 운 좋게 정규직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내 삶이 행복해질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정규직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쏟아 부어야 할 비용과 노력 역시 만만찮을 것이다. 대신 얼마 전부터 그동안 조금씩 해오던 과외 쪽으로 일이 풀려 수입 사정이 좀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월 평균 수입을 내면 61만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과외수업비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명목의 원고료 수입까지 포함되어 있다.
어느 순간부터 '구직'을 포기했다물론 그나마 내가 버틸 수 있는 건,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까지 다녀왔음에도 어머니의 부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수입으로 집안의 생활비를 충당할 일은 없다. 내 개인을 위한 지출 역시 교통비와 매달 약간의 도서 구입비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으므로, 수입의 90%는 적금으로 돌리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수입 자체가 워낙 적은 만큼, 이래서야 원래 계획했던 대학원 진학은커녕, 어느 천 년에 생활상의 자립조차 이룩해낼 수 있을까 싶다. 그 비싼 서울의 원룸 보증금과 월세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요즘은 아예 애초 계획했던 대학원 진학에도 회의가 든다. 대학원에 진학해보았자 별 수 없이 빚만 늘어갈 뿐이라는 것은, 이미 5년 전 학부생 시절 대학원생들로부터 직접 들었던 이야기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대학원 진학과 학위취득은 어디까지나 제도권 학계에 진입하기 위한, 또는 이 사회에서 자신의 학문 수준을 인정받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대학이 '경영'의 대상이 되고, 학문이 자본의 노예로 전락하는 세태에서 굳이 대학에 적(籍)을 둔다는 것이 의미 있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오롯이 학문에 뜻이 있다면, 그리고 굳이 이 사회의 시선이나 인정에 목마르지 않다면, 대학원 진학 외의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학문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그 어떤 구상도 실현해나가기가 어렵다. 남들이 보기엔, 일하는 것도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며 뒹굴고 있으니 '무위도식'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생활도 하루 이틀이면 족할 뿐, 막상 장기화되다 보면 그야말로 고역이다. 집밖으로도 거의 나갈 수 없다.
집밖으로 나가면 하다 못해 교통비를 비롯해 결국 소비생활로 이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저 하루하루를 죽일 뿐이다. 차라리 눈 뜨고 있기가 싫어 잠이 오지 않아도 눈을 감아버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선잠에라도 빠져 시간이 훌쩍 흘러가있다. 눈을 감고 있을 때가 그나마 가장 좋다.
니트족 30만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