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득이 쓰고 한병호가 그린 <봄 숲 놀이터> 겉 표지
보림
강이, 구슬이, 다람쥐, 토끼, 나비, 오소리, 박새, 멧돼지, 고양이, 여우가 같이 사는 숲에는 봄이 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강이가 뛰어다니는 숲엔봄이 오면 금낭화가 피고양지꽃 하나가 폭 터졌어돌배나무 아래엔 토끼가 공기놀이를 하고꽃밭엔 나비는 꿀을 따떼죽나무 아래엔 오소리가 집짓기를 하는데비목나무를 지나면 초록이끼 가득한 골짝이 나와 소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 초록 굴을 지나면숲엔 파방파방 꽃봉우리 터지는 냄새가 나고새잎 돋는 소리도 나"숲에서 강이, 구슬이, 다람쥐, 토끼, 나비, 오소리, 박새, 멧돼지, 고양이, 여우가 어울려 놀다보니 배가 고팠습니다. 배가 고프면 각자 집으로 밥을 먹으러 가야겠지요. 하지만 봄 숲에 어울려 사는 동무들은 집에서 가져온 재료들로 함께 밥상을 차립니다.
"강이는 집에서 밥을 가져오고고양이는 큰괭이밥 잎을 뜯어 오고박새는 산벚꽃을, 멧돼지는 진달래를 꺾어 왔어.오소리는 통통한 버섯을 가져왔어. 버섯 냄새가 훅 났어.토끼는 어수리 나물을 뜯어 왔어. 여우는 여우비 내려 피운무지개 꽃을 가져왔지." 뒤늦게 다람쥐는 복사꽃을 들고 와서 꽃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모두들 꽃밥을 먹으면서 "먹기 아까워" "먹기 아까워" 하며 나눠 먹었답니다. 이 대목을 읽다보니 저절로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왜냐하면 이영득 선생님이 사람들과 봄에 숲 체험을 가면 밥과 된장이나 양념만 챙겨가서 온갖 꽃과 나물을 뜯어 비빔밥을 비벼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