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금전적 보상 없이 글, 사진, 영상을 올리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 심지어 돈을 내면서까지 '좋아요'를 눌러주는 대행서비스업체를 이용하기도 한다.
강인규
게다가 '좋아요' 수가 '양질의 글'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내가 알고, 정재승 교수가 알고, 저커버그가 안다. 돈을 주면 상황이 나아질까. 오래전 보상체계를 도입한 유튜브를 보면 알 수 있다. 여전히 대다수는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고 영상을 올리지만, 보상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1인 방송은 선정성, 폭력, 혐오로 오염되기 일쑤다. 최근 논란이 된 '자살자 시신 영상'의 경우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물론 현실의 실물경제에서는 금전적 보상이 더 나은 상품과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디지털 세계의 주목경제는 작동 방식이 전혀 다르다. 금전적 보상 없이 잘 돌아가기도 하고, 보상을 해도 잘 돌아가지 않기도 하며, 잘 돌아가던 생태계가 보상체계를 도입한 뒤 망가지기도 한다.
'블록체인'과 유사한 탈집중 프로토콜이 이미 구현된 사례로 '냅스터'와 '토렌트' 등의 무료 파일 공유 서비스를 들 수 있다. 비록 저작권 침해라는 벽 때문에 기업에 매각되거나 '음지'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사용자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기꺼이 파일을 공유했다. '공유' 자체가 충분한 상호보상의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경제적 보상이 인터넷 생태계를 움직이는 유일한 방식'이라는 전제의 오류를 말해준다. 예컨대 이 글을 쓰는 나조차 돈을 벌 목적으로 글을 쓰지는 않는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한계'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기술적 측면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대학에서 뉴미디어를 가르치는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워낙 빨리 변화하는 분야이다 보니, 전문가라 해도 변화상을 수시로 파악하지 않으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갖기 쉽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화되기 시작한 지 오래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비트코인이 처음 제안한 '공개형 블록체인'은 대중 모두에게 열린 개방체계이면서, 대중들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체계'다. 이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것인 '채굴'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를 통한 보상이다.
문제는 이 체계가 심각한 비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이 가운데 단 하나에게 임무를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참여자들을 경쟁시켜야 하는데, 복잡한 '퀴즈'를 가장 빨리 푸는 이에게 우선권을 준다.
아이러니하게도 계약을 승인하는 (즉 '블록'을 생산하는) 주임무는 손쉬운 반면, 그것을 따내기 위한 '퀴즈 풀이'라는 부업무는 대단히 어렵다. 이 연산문제는 강력 컴퓨터가 10분 가량을 '열나게' 가동시켜야 겨우 풀 수 있을만큼 복잡하다. 그러다 보니 작업에 보상을 하는 게 아니라, 퀴즈를 푸는 데 보상하는 기형적이고 비생산적 형태가 되어 버렸다(대학교육보다 '입시' 자체에 목을 매는 한국의 교육제도와 닮은꼴이다).
우선권이 강력한 컴퓨터 소유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퀴즈'보다는 '몸싸움'이라는 비유가 더 정확하다. 다소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1+2=3"이 맞는지 확인하는 사람에게 돈을 준다고 하면서, '전국민 씨름 경연대회'를 열어 최후승자를 가리는 상황과 비슷하다. 이 '천하장사'는 모두를 물리친 뒤, 채점을 하고 '암호화폐' 하나를 받게 된다.
이로써 임무는 완료되고 보상도 주어졌지만, 이 작업 배분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비트코인이 생산되는데 필요한 전기량은 약 250㎾h(킬로와트시)이며, 이 대부분이 무의미한 퀴즈풀이에 사용된다. 2017년 11월 서울시의 가구당 평균 전력사용량이 213.27㎾h였다. 비트코인 하나에 투여될 전기로 한 가족이 한 달을 쓰고도 남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전기효율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무어의 법칙' 등을 말하며 처리장치의 성능과 효율이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낙관할지 모르나, 하드웨어는 실리콘 원자의 크기 제약으로 인해 집적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참여자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에너지 소비는 늘어난다.
전력 사용량 증가추이를 보아도 알 수 있듯, 비트코인의 비효율은 하드웨어 성능개선 속도를 간단히 넘어선다. 그 결과 '채굴자'들은 한 해 동안 저개발국가나 소규모 국가 160개국을 모두 더한 것과 맞먹을 만큼 막대한 전기를 썼다. 이는 비트코인의 지속가능성을 회의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