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사 현판박정희 대통령 친필 현판으로 1967년 걸렸다.
구진영
- 현충사 박정희 현판이 왜 숙종 사액 현판으로 교체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현충사가 모두 왜색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가 1966년 성역화 작업을 하면서, 현충사를 일본 신사와 비슷한 양식으로 조성해놨다. 이 왜색을 지우고 싶다. 할아버지에게 왜는 곧 원수지 않나.
둘째, 박정희가 칠해놓은 정치색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충사하면 박정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현충사라는 이름은 숙종이 충무공의 공을 기리면서 지은 것이다. 난 현충사가 오로지 충무공의 향기만 있는 곳으로 복원돼야 한다고 믿는다."
- 그런데 숙종 현판이 작아 현재 현충사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이순신을 기리는 데 (건물이나 현판의) 규모나 크기가 중요한가. 아니다. 어떻게 보존하느냐, 어떻게 충무공 정신을 기리느냐가 중요하다. 이 철학에 맞춰 새롭게, 단계적으로 현충사를 손봐야 한다."
-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혈세 쓰자는 거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져 합리적으로 결정돼야겠지만, 개인적으로 지금과 같이 시멘트로 지어진 사당이 아닌, 목조 건물 사당으로 복원되길 바란다. 현재 현충사관리소가 들어서 있는 연구동 등이 조성될 때 250억 원가량의 세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예산보다 훨씬 절약해 복원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 방법이 없다면 숙종 현판이 있는 '구 현충사'를 옮기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지금은 현충사 구석에 있다. 구 현충사는 민족 성금으로 조성되지 않았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사당이다."
- 조선 지킨 이순신을 기리는 곳에 친일 전력이 있는 박정희 글씨가 있어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도 있고 과도 있는 인물이다. 나는 공은 공대로 인정한다. 하지만, 선대 때부터 박정희 대통령이 충무공을 정치적으로 과하게 이용해왔다. 이제 충무공 할아버지를 정치색에서 해방시켜드리고 싶다. 어느 대(代)가 됐든 누군가 나서서 정리해야겠구나 생각했다."
- 박정희 현판을 내리기 전까지 <난중일기>를 비롯한 이순신 유물은 대중에 공개되지 않는 건가. "그렇다. 내 입장은 한 치의 변화도 없다."
"소극적인 문화재청... 현충사 운영 원칙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