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운동, 새로운 복원> 표지.
포도밭
<풀뿌리 운동, 새로운 복원>은 풀뿌리 자치를 연구하고 실천해 온 '더 이음' 이호 공동대표가 쓴 풀뿌리 운동 '개론서'다. 이 책은 풀뿌리 운동의 개념 정의, 역사, 지향, 원리, 쟁점과 전망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 풀뿌리 운동에 관한 거의 모든 내용을 망라하고 있다.
도시빈민활동가로 출발해 풀뿌리 운동에만 잔뼈가 굵은 저자는 풍부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풀뿌리 운동의 현재를 진단 분석한다. 연대별로 풀뿌리 운동의 역사를 발췌하며 21세기 풀뿌리 운동이 직면한 과제를 밝히고 한국사회 근본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힘으로써 풀뿌리 운동의 사명을 분명히 한다.
생활운동, 주민운동, 지역운동, 마을운동 등으로 불리는 풀뿌리 운동은 특정한 사회가치에 집중하는 운동이라기보다는 '운동의 방식이나 철학'(45쪽)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상의 작은 요구에서 출발하 건, 큰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 건 그 방식은 자발적 참여와 직접 행동, 실천을 조직하고 확대해가는 것이어야 한다.
풀뿌리 운동은 시민(주민)이 주체가 되어 역량을 강화하면서 양적 확대와 질적 발전을 동시에 이루며 진화해 나가는 과정을 중시한다. 따라서 시민없는 시민운동, 주민없는 마을운동, 비정규직 노동자가 배제된 노동운동 등은 풀뿌리 운동이 아니다.
저자는 운동 진영으로부터 "풀뿌리 운동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고 했다. 이것은 '마을주의자가 싫다'고 말했던 선배가 하고자 했던 질문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풀뿌리 운동의 어떤 점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충실히 대답할 필요가 있다"(35쪽)고 말한다. 그의 대답은 이렇다.
"사회운동은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인식이다. 그 행복한 삶이란 몇몇 특정 이슈로 충족될 수 없다. 우리가 속해 있는 우주 및 세상과 한 사람의 삶은 그 총체성의 넓이나 크기, 종류가 다르지 않다. 우주와 세상의 모든 이슈가 한 사람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다. 따라서 풀뿌리 운동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을 행복한 것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 세상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총체적인 접근이라는 것이 한꺼번에 모든 문제들에 대응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한 가지 욕구로 참여한 이들이 세상의 다양한 문제외 이슈를 접하는 과정을 통해 그 다양한 이슈들을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운동'(運動)인 것이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발전해가는 과정이 운동이다."(43쪽)
저자는 총체성과 통합성의 실현은 모든 사회운동의 과제라면서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전면에 내거는 운동 그룹들 간의 칸막이가 여전히 강력한 것은 세상을 그리고 나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운동에 있어서 시급히 해소되어야 할 과제"(45쪽)라고 지적한다.
공동체와 풀뿌리 운동풀뿌리운동에서 말하는 참여의 확대는 관계의 확장을 의미한다. 이는 너와 내가 연결되어 있고, 개인적 요구와 사회적 요구가 연결되어 있으며, 나와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이러한 관계망들을 넓고 깊게 지속적으로 확대해가는 과정 자체가 곧 운동이자 대안이라고 본다. 마을운동의 핵심인 '공동체'도 곧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는 지향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시도는 이러한 지향을 향해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공동체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그 지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자기들만의 이해를 구현하는 것이 아닌 구성원들의 수평적이고 민주적이며 상호호혜적인 관계형성과 발전을 지향하는가가 보다 중요한 기준인 것이다. 공동체는 내적으로 보다 굳건한 관계를 심화시키고, 외적으로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변화시키는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그것을 공동체라 부르든, 마을이라 부르든, 실천적으로는 '운동'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박에 없다." (219쪽)
내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자치를 구현하고 지속적으로 외부세계와 소통하고 영향을 주고받지 못한다면 진정한 공동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오늘날의 공동체는 옛 농경사회의 촌락과는 달리 수평적 관계와 개방성을 강조한다.
예컨대 세상은 엉망진창인데 마을만 유독 장밋빛일 수는 없다. 마을은 평화로운데 노동 현장이 전쟁터라면 이것도 모순이다. 마을살이가 국가경영과 무관하지 않은 이유이며 마을운동이 '그들만의 유토피아'라는 문맥에 갇혀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반대로 풀뿌리 마을자치의 활성화와 공동체의 부활이 없다면 국가의 진보는 사상누각이다. 촛불은 국민 개개인의 삶터에서 동네 자치와 민주주의의 불꽃으로 타올라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풀뿌리 운동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해답은 내 삶터에서 사람들과 함께 직접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풀뿌리 운동, 마을운동에 대한 성찰적 질문을 품고 다시 마을을 향해야 겠다.
풀뿌리운동, 새로운 복원 -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이루는 힘, 풀뿌리운동 이야기
이호 지음,
포도밭출판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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