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꽃인 줄 알았어요" 이 말 듣는 게 소원

[인터뷰] 흙으로 꽃을 빚는 이연주 꽃도자기 작가

등록 2018.01.19 16:44수정 2018.01.1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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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으로 꽃을 빚는 이연주 작가
흙으로 꽃을 빚는 이연주 작가 김희정

"꽃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냥 좋아요."

우문현답(愚問賢答)이다. '꽃도자기(세라믹 플라워)' 작업을 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이연주 작가는 간략하게 답했다. 꽃을, 혹은 무엇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을까 싶다. 꽃은 그 존재로 아름답다.


지난 1월 12일 이천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의 이연주 작가 작업실(플로리겐)을 찾았다. '예스파크'는 이천시 신둔면 고척리 일원에 있는 국내 최대 도자예술마을이다. 도자는 물론 미술, 음악, 조각, 고가구, 섬유, 옻칠 등 다양한 예술분야 공방 220여 개가 모여 있다. 이곳에서 오는 4월 제 32회 이천도자기축제가 열린다. 이연주 작가는 예스파크의 첫 입주자다.

이연주 작가는 국문학을 전공했으나 1992년부터 예술을 향한 오랜 꿈을 도예로 풀어가기 시작했다. 초기, 생활자기와 인체테라코타 작업을 하던 이 작가는 십여 년 전 김미란 도예가를 스승으로 삼고 꽃도자기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그 후 이 작가는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도자기기술학과에서 '꽃도자기' 특성에 맞는 유약을 개발했다. 저화도 색 유약에 관한 연구를 하며 꽃도자기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이천도자예술촌 예스파크, '플로리겐'에  전시된 이연주 작가의 꽃도자기와 인체테라코타
이천도자예술촌 예스파크, '플로리겐'에 전시된 이연주 작가의 꽃도자기와 인체테라코타김희정

이연주 작가는 오후 햇살이 유리창으로 쏟아지고 있는 '플로리겐'에서 꽃에 색칠을 하고 있었다. 플로리겐 1층은 꽃도자기와 생활자기 등 도자기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이다. 다른 한 쪽은 이 작가의 작업실이다. 오랜 서울 생활을 접고 예스파크에 입주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도자기의 고장 이천에서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근데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저희가 입주할 당시에는 이곳이 허허벌판이었거든요. 입주 작가들도 없었고요. 지금은 좋죠. 정이 들었어요. 집이 한 채 두 채 들어서면서 다양한 작가들과 교류하고 있거든요. 팍팍하고 복잡한 도심보다 여유롭고 공기도 맑아 좋고요."

이연주 작가는 흙으로 얇은 꽃잎, 이파리 하나 하나, 꽃봉오리와 꽃송이 하나 하나를 빚는다. 900도에서 초벌구이를 한 뒤 색칠을 하고 그것을 다시 1250도의 고화도에서 굽는다. 그렇게 핀 꽃은 생화(生花)같다. 살아 숨 쉬는 듯 싱싱하다. 이 작가는 꽃 한 송이 피고 지는 시간 속에서 아름다움 그 이상의 몸짓을 만났다고 한다.


 이연주 작가의 꽃도자기,
이연주 작가의 꽃도자기,김희정

"꽃은 자연의 유기적인 흐름 속에서 피어나지요. 빛깔, 향기, 자태는 황홀함 그 자체고요. 한데, 식물에게 꽃은 누구를 매혹함이 아닌 자신의 한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눈물겨운 몸짓이에요. 그 찰나적이고 강한 몸짓은 우리 마음을 정화시키고 긍정의 힘으로 다가오죠. 하지만 금방 시들어서 아쉽죠. 도자기로 영원히 시들지 않은 꽃을 만들고 싶어요. '어머, 예쁘다, 진짜 꽃인 줄 알았어요'라는 말을 듣는 게 소망이에요."

이연주 작가의 꽃은 고혹적이고 고급스럽다. 뜨거운 불속에서 핀 꽃이라 더욱 아름답다. 봄을 미리 마중하며 추운 겨울에 만난 꽃이라 깊고 맑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천소식지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이천도자예술촌 #예스파크 #꽃도자기 #플로리겐 #이천도자기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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