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자연사박물관 내 한국관
김성준
물론, 조선의 '선비'와 '아내'를 오랜 시간 지켜보는 아이들은 없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북아메리카 원주민, 오세아니아 원주민, 조선과 일본, 중국과 아프리카를 거쳐 박물관 최상층에 위치한 공룡을 향해 달려갈 뿐이었다. '선비' 앞에 잠시라도 발걸음을 멈추는 이는 역설적이게도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수백의 전시품으로 꾸며진 화려한 일본관 옆에 한 칸의 자리를 허락받은 한국관의 모습은 초라하다. 타지에서 모국을 만난 한국인들만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조차 넓은 공간을 점유한 일본관에 비해 단출한 한국관의 규모에 불만을 가질 뿐, 이 박물관 어디에도 '백인'을 전시한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경우는 없었다.
자연사 박물관의 '서구 중심적 시각'은 인종과 세대를 막론하고 서구와 비서구의 모든 관광객을 대상으로 암묵적이면서도 치밀하게 주입되는 중이다. 앞으로도 이와 같이 비서구의 역사를 '자연사' 혹은 '동물사'의 일부로 전시하고, 비서구 역시 이를 무비판적으로 방관한다면 인종 차별의 뿌리를 뽑기는 요원하다.
전세계가 '지구촌'으로 '하나'가 됐다는 현재, 인종 차별과 상호 비방, 자문화 강요와 폭력은 여전하다. 국내 외국인 거주자가 170만 명을 돌파한 한국 사회에서도 인종 간 차별이 초래한 갈등과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혹은 동남아 출신 이민자를 대하는 한국인의 차별적 시선은 서구가 비서구를 대해왔던 시각과 다르지 않다. 서구가 자랑하던 민주적 질서와 산업 성장을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달성해 온 한국 사회는 심지어 서구 중심적 세계관마저 받아들인 듯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이 여전히 비서구일 뿐이며, 자연사 박물관의 전시대상이라는 사실이다.
인종 차별의 뿌리는 놓치기 쉬운 사소한 일상에 가득하다. 공룡 옆에 전시된 조선의 '선비'처럼 역사적이며, 지속적이고, 교묘하다. 이와 같은 자연스러운 교육이 장기적 편견의 근간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단기적 인종 충돌을 해소하려는 노력 못지않게 서구 각국에 잔존한 비서구 '전시품'에 비판적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도 무의식적으로 퍼져있는 인종 차별적 시각을 반성하되, 서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자기 우월적 시선의 그림자를 거두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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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너머 전시된 조선의 선비 그리고 그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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