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문학동네
겨울에 나무는 조용히 잠든 듯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곳곳에 눈이 터서 봄을 기다리는 줄 알아챌 수 있습니다. 가을이 깊으면서 잎을 떨굴 적에는 안 보이던 눈이 가지 곳곳에 빼곡하게 돋아요.
나무마다 다른 겨울눈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찔레밭에서 살짝 놀랍니다. 꽤 많은 참새가 푸득푸득하면서 놀거나 날더군요. 오호라, 너희가 이곳을 너희 보금자리로 삼는구나.
그래요, 우리 집 뒤꼍 한쪽은 찔레밭인데요, 봄마다 찔레나물을 누리고 싶어서 찔레밭으로 삼아요. 찔레알은 커다란 새가 먹지 않습니다. 아니, 커다란 새는 찔레덤불에 깃들지 못해요.
자그마한 참새나 딱새나 박새가 차지해요. 이러다 보니 우리 집 뒤꼍 찔레밭은 겨우내 새삼스러운 참새 보금자리가 되어, 이곳에서 즐겁게 참새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마라도 하늘에는 수많은 칼새가 날아다니고 있다. 섬 둘레가 모두 절벽이라 번식하기 좋을 것이다. 빠르게 비행하는 녀석을 간신히 촬영했는데 입안이 불룩한 녀석들이 있다. 먹이 사냥을 하던 중이었나 보다. (109쪽)
관리직원들이 뗏목을 타고 다니며 어리연꽃을 걷어내려는 참이었다. 이미 며칠 전부터 작업을 해 왔는지 걷어낸 연잎이 이곳저곳에 쌓여 있다. 여기서도 덤불해오라기를 보는 것이 이제는 힘들어지겠다. 어쩐지 새 사진가들이 없더라니. (123쪽)
<새를 기다리는 사람>(문학동네 펴냄)을 읽습니다. 이 책은 김재환 님이 빚은 그림하고 글이 고이 어우러집니다. 이제는 사라진 <자연과 생태>라는 잡지에 '새를 지켜본 이야기'를 2011년 1월 이야기부터 2012년 12월 이야기까지 실었다고 해요. 스물두 군데에서 126가지 새를 지켜본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어린 시절에 갈매기를 참새 보듯 흔하게 보던 아내는 고향의 바닷가에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갈매기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살던 동네에서 참새 정도만 보던 나도 훗날 동해안의 북쪽 바닷가에 이렇게 자주 새들을 찾으러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167쪽)
이제 곧 번식지로 떠날 텐데 다가올 겨울에도 다시 찾아올는지. 댐이 완공되면 내성천은 어떻게 변할까? 먹황새를 그때도 만날 수 있을까, 걱정만 앞선다. (1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