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만들어놓은 눈사람. 귀엽다. 참새들의 친구가 되어주길.
김용석
이런 삶을 지낸 지 어느새 보름이 지났다. 그리고 내 마음은 불안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전주에서의 나태한 삶. 그렇다. 이런 삶의 방식은 분명히 나태한 것이다. 물론 내가 하루를 온종일 참새 구경만 하면서 보내버리는 건 아니다. 나름대로 여러 가지 공부를 시작해서 하고 있고 책도 꾸준히 읽고 있다. 그런데 무언가 공허한 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치열함'과 '열정'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은 욕심의 도시다. 전주는 안분지족, 안빈낙도의 도시다. 나의 처지를 비관할 만한 환경과 조건이 드문 곳이어서 그대로 만족해 버리게 되는 곳이다. 물론 전주와 서울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전주에도 분명 자신의 삶을 더 좋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오히려 더 많을지도 모른다.
나의 거만함이요 게으름이 이런 배부른 소리를 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과는 무관하게, 나는 전주에 오면 마음이 지나치게 편해진 나머지 아무 욕심도 갖지 못한 채 무의미한 시간만을 보내게 된다.
서울의 삶은 녹록지 않다. 정체불명의 멈추지 않는 흐름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는 자조와 비관을 하며 스스로를 괴롭게 한다.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요즘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방식이란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요즘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커다랗지만 일시적인 행복은 행복이라기보다 쾌락이라고 생각한다.
소소하지만 안정적인 행복이 진정 행복이라 일컬여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소확행은 인생의 본질인 것이다. 도처에 깔린 어두운 불행이 이런 신조어를 낳았을 뿐, 삶을 낙관하는 사람들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소확행을 추구하고 얻으며 살아왔으리라.
전주에서 나는 수없이 많은 소확행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서울의 치열함과 분주함, 긴장이 그립다. 기질상 소소한 생활에 오랫동안 만족하지 못하나 보다. 나는 소확행을 잃어가고 있다.
어떤 것의 가치는 그것의 부재를 통해 알게 된다. 나는 넘쳐 흐르는 행복의 조건 속에서 행복을 잃어버렸고 그 이전에 나를 불행하게 했던 것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의 도전이, 그 치열한 삶의 조건이 그리워졌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이토록 모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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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 해, 다른 이들의 치열함을 흘긋거리는 중입니다. 언젠가 나의 한 줄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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