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가뭄 해소를 위해 물주기를 한 양파밭,월동작물은 추위보다 겨울가뭄이 더 힘들다.
오창균
전업농부로 다섯해를 맞이하는 올해 겨울이 가장 춥다. 농사는 날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농부는 항상 기상예보에 민감하다. 스마트폰의 기능을 잘 사용하지 않는 농부들도 날씨앱을 통해서 지역의 기상상황을 들여다본다.
길고 오래 가는 한파에 월동을 하는 작물들은 안녕하신지 걱정되는 마음에 꽁꽁 얼어붙은 밭을 둘러보았다. 설날이 언제인지 달력을 열어보니 입춘(立春2.4)보다 열이틀(2.16) 뒤에 자리하고 있다. 24절기의 해석으로 보면 따뜻해야 하는 날씨인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음양오행(陰陽五行)에서 겨울은 물(水)의 기운이 충만한 시기로, 흙에 뿌리를 내리고 월동을 하는 작물은 꽁꽁 얼어있는 흙으로부터 물을 공급받는다. 그러나 눈도 내리지 않는 겨울가뭄이 지속되면 작물은 생육이 부진하여 수확의 결실을 제대로 맺을 수가 없다. 겨울에 눈이나 비가 내리는 것은 작물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겨울에 물을 주면 흙과 작물이 얼어서 생육에 문제가 있을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월동을 하는 작물은 어지간한 추위에도 얼어죽는 경우는 없다. 한여름 더위에는 잎의 기공을 통해서 물을 배출하는 '증산작용'으로 생육에 적정한 체온을 유지하듯이, 겨울에는 추위에 맞서 잎을 접고 흙속에 뿌리를 활착시켜 물과 양분을 흡수하면서 봄이 올 때까지 살아남는다.
월동작물은 얼어죽지 않는다흰눈이 내린 밭의 작물에 쌓인 눈은 일찍 녹는다. 꽁꽁 얼어서 뻣뻣할 것 같은 잎도 만져보면 탄력이 느껴진다. 겨울에 작물은 냉(冷)한 기운을 뿌리를 통해서 배출하고 물을 흡수하면서 추위를 밀어낸다.
이렇듯, 겨울에도 월동작물은 물을 충분히 공급받아야만 봄이 왔을 때 힘차게 흙을 뚫고 올라오는 목(木)의 기운을 힘껏 발휘한다. 그렇지 못한 작물은 도태되거나 생육이 부진하므로 겨울에도 적절한 수분유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