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상화폐 규제 기사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네이트 기사)
네이트
가상 화폐 규제에 대한 기사가 뜨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대부분 매우 부정적이었다. 나에겐 서민들이 "내가 돈 벌어 보겠다는데, 왜 정부가 내 앞길을 막나.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냐"라는 한이 담긴 울부짖음으로 들린다.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건 절대 아니다. 애초에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신판매업 하에 둔 것이 잘못이다. 가상화폐를 인터넷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과 같은 업태라는 논리로, 가상화폐를 '화폐' 가 아닌 '상품'으로 취급했다. 미숙한 초기 대처 때문에 인허가가 아닌, 단순 신고로 영업을 할 수 있기에 진입장벽이 낮아 실제 우리나라 가상화폐 거래소는 매우 허술하다. 안전망 및 투명성을 확인할 길이 없다.
동시에, 정부가 왜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았는지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말 그대로, 아직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공식적인 '화폐'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일부 국가에서 금융상품의 하나로 인정받은 것이지, 사카시 나카모토가 지향한 것처럼 세계 통화(universal currency)가 아니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했는데, 현재 '규제의 역설'에 빠져 딜레마의 상태에 있다
일본은 이미 재작년부터 비트코인 등 대표적인 가상화폐가 테러 자금으로 흘러가거나 범죄조직의 자금 세탁 등으로 악용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 도입을 했다. 또 금융당국의 관리와 감독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예상했던 가상화폐 인가제는 오히려 관련 시장에 열풍을 몰고왔다.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 업체들은 정부의 인가제 도입을 광고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공신력을 인정받아 '우리는 안전하다'고 홍보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영업행위에 대한 책임을 업체가 아닌 정부가 지게 된 형국이 됐다.
이는 현재 우리 금융당국의 고민과 맞닿아있다. 블록체인 협회와 국회 등은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해 소비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오히려 정부의 인가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공신력을 부여해 가상화폐 거래를 금융업으로 인정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나는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닌 금과 같은 '재화(Commodity)'에 비유한다고 보도했다는 비즈니스인사이더의 기사에 적극 동의한다. 골드만삭스 상품 리서치 부문 대표 제프리 커리는 가상화폐가 화폐나 유가증권과 달리 관리자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달러 화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처럼 화폐나 유가증권은 관리자의 법적 책임이 수반된다"라며 "비트코인은 시장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는 대표적 재화인 '금'과 크게 다를 바 없다"라고 말했다. 금은 전적으로 수요 공급의 총량에 따라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데, 비트코인 역시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자산 유동성이 적어 금보다 훨씬 높은 변동성을 지닌다. 자산 유동성은 해당 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비트코인은 해당 거래소를 제외하곤 실제 시장에선 거의 유통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산 유동성이 높지 않다.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치 변동은 이미 일상적인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 기능을 상실했다.
혹자는 비트코인에 대한 광풍과 가격의 불안정성은 미래의 신기술인 블록체인이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 성장통의 일부라고 말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은 가상화폐뿐 아니라, 공공, 보안 분야, (의료)산업분야 그리고 거래, 결제 관련 분야 등 활용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기술이지만, 우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는 건 사실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마지막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숨 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시기입니다. 지금 쫓고 있는 것이 정말 '미래의 기술인지', 아니면 '블록체인이란 포장지에 감쳐진 위험한 욕망'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