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박지가 무대위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
안녕하세요. 은박지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월경과 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우선, 월경을 하고 계시고, 해 오셨던 많은 여성분들에게 통증이나 부정적 증상, 경험에 대해 여쭤보려고 합니다. 통증의 정도와 부정적 증상을 단계별로 0부터 10까지 중 스스로 몇 점이라고 느끼는지 생각해볼까요?
다양한 여성, 다양한 월경여성분들마다 느끼는 통증의 정도가 다릅니다. 정도가 심해질수록 많은 분들이 손을 드시는 것 같은데요, 물론 0점도 있었습니다. 혹시 체감정도가 7~10에 해당하셨던 분들은 어떤 증상이 있으신가요? 몸살, 복통, 밑이 빠질 것 같다 등의 증상이 있으시군요. 저 같은 경우는 잠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월경에 대한 경험은 여성들마다 다릅니다만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월경증세는 대다수가 복통에 해당합니다. 보통 자궁에서 피가 나오기 때문에 배가 아플 것이라 생각하는 이미지가 많은데 유료이미지 사이트에 검색한 월경통은 모두 배가 아픈 증상일 뿐입니다. 이미지를 준비할 때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한번이라도 물어보았다면 하나같이 똑같은 이미지만 나왔을까요? 이렇듯 우리 사회가 월경에 대해 이렇게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무지한 것에 대해서 누구도 문제제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영화 해리포터에 나온 '볼트모트'처럼 그거, 공산당, 빨갱이, 홍장군, 매직 등 다양한 표현으로 '월경'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변, 대변보는 것을 생리현상이라고 하잖아요. 생리 또한 월경을 돌려 말하기 위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는 월경을 보고 스테이크를 녹인다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월경을 월경이라 말하지 못하는 많은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月經, 성스러운 경험저는 월경이라는 단어에 자체가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월경의 '경'은 성경, 불경처럼 성스러운 '경'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제 아들이 학교에서 숭어잡이를 하러 갔는데요, 이것을 '체험학습'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경험학습'이라고 할까요? 맞습니다. 이런 건 체험학습이라고 하죠. 평소 하지 않은 것을 해보는 것은 체험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자취를 하면서 밥상을 차려보았다는 것은 경험이라고 합니다. 경험은 이럴 때 쓰입니다. 내게 반복적으로 체화되고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을 경험이라 합니다. 월경은 그러한 의미에서 경험, 성스러운 경험입니다. 이렇듯 월경은 고상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숨겨야만 하는 존재우리가 월경이라는 말을 잃어버리자 월경은 홍장군, 빨갱이, 그날이 되었어요, 우리가 말을 잃어버린 사이에 많은 댓가를 치르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경과 관련하여 요즘 제일 분노하게 되는 것은 여성청결제입니다. 광고에서 보통 세가지를 많이 얘기합니다. '냄새를 없애고 꽃향기가 나게 해준다, 탄력을 회복한다, 하얗게 해준다'고 어떤 세제를 사용한다고 탄력이 좋아질까요? 소중한 곳에 왜 꽃향기가 나야 하죠? 그곳은 꽃이 아닌데. 억지로 다른 냄새가 나게 하면 안되는 거잖아요. 점점 교묘해져서 주사기를 사용하여 더 깊숙이 세척하라고 이야기 한다고 합니다. 의료적 관점에서 정말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마케팅이죠.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그걸 보고 분노해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 광고 좀 보세요, 한 달에 한번 산부인과에 와서 질내벽을 깨끗이 청소하라는 광고를 붙여놨습니다. 비포, 애프터를 비교하며 한쪽을 매우 깨끗하게 표현하고 있죠. 물론 월경을 오랫동안 해보신 분들은 이러한 발상이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 쉽게 느낄 수 있지만, 초경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분들이나 잘 모르는 분들은 월경이 더럽다거나 씻어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광고입니다.
인스타그램은 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올리는 곳입니다. 그러한 곳에 한 예술가가 월경으로 인해 이불과 팬티에 피가 묻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러한 경험을 공감하실 텐데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서 규정상의 이유로 삭제한 일이 있었죠. 누드사진도 아니며 저작권도 확실한 사진이기에 예술가는 다시 올렸지만또 다시 삭제되었습니다. 예술가는 이 사실을 공론화했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인스타에서는 실수였다는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뉴욕 지하철에 월경팬티 광고가 거부당할 뻔 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유는 너무 적나라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할 것인가였습니다. 그래서 이 많은 성형광고들은 무엇이냐며 되묻자 결국 지하철 광고에는 허용되었습니다. 하지만 택시광고에는 실패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