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가 번성했던 시절에 창고 용도였던 것으로 보이는 건물 몇 채. 이제는 앙상한 골격만 남았다.
김병기
[우린 속았다 3] 70만개 일자리 창출? 당시 이명박 후보는 독일을 다녀오기 전부터 "운하는 경제적 성장 동력이며 엄청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경제학자들이 경쟁적으로 제시한 수치는 30만 명에서부터 70만 명에 이르기까지 널뛰기를 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에 4대강 사업으로 이름을 바꿨을 때에도 30~4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공언했다.
경부운하를 건설한다면 총연장 구간은 550km. 독일 현지에서 확인한 결과, 이 후보가 경부운하 모델로 설정한 171km의 마인-도나우 운하(MDK)를 관리하는 인력은 380명에 불과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힐폴슈타인 갑문에서 일하는 사람도 3~4명에 불과했다.
취재팀은 독일 수운 연합회가 인터넷에 띄워놓은 '내륙운송 관련 기업 수'도 확인했다. 2004년 6월 현재 총 1169개였다. 총연장 7300km의 독일 수로의 운송업 회사들이었다. 고용인원은 총 7612명. 이중 승선 인원은 6080명인데, 함께 타고 다니는 승선자 가족 1147명도 포함시켰다. 뭍에서 일하는 사람이 1532명. 회사당 7명 남짓의 인원이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은 경부운하 공약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비판 기사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라면서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이 후보 특유의 화법을 구사하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내가 독일에 가서 직접 확인을 해봐서 아는데……."하지만 당시 현지에서 확인한 결과, 이 후보의 국운 융성 프로젝트였던 한반도 대운하는 거짓말이었다. 유럽의 고철덩어리로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릴 수도 없었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둘 수 없었다.
이렇듯 10년 전 오마이뉴스의 'MB 추격기'는 이 후보의 사기극을 독일 현지에서 최초로 확인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을 재확인했고, 물고기도 놀지 못하는 썩은 물에서 일자리가 나올 수도 없다는 교훈도 전했다. 이 기사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뒤 운하반대 전국 교수 모임 등이 결성됐고 환경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뻗치기] "4대강 다 죽여 놓고 행복하십니까?""저 사람이 경호원인 것 같은데..."4대강 독립군인 '금강 요정' 김종술 기자가 말했다. 이 건물 밖에서 뻗치기를 시작한 지 9시간이 지난 오후 6시10분께, 건물 쪽문(옆문)에 한 사람이 등장했다. 그는 컴컴한 곳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가죽 장갑을 만지작거리며 서성였다. 10여분이 지나자 자동차가 그 앞에 섰다. 검은 색 제네시스였다. 번호판을 봤다.
"09머 XXXX" 4대강 독립군 정수근(낙동강 지킴이), 이철재(4대강 백서 저술자) 기자가 작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모여들었다. 제 3의 쪽문에서 있던 안정호 기자가 뛰어와서 카메라 앵글을 돌렸다. 오마이TV 조민웅 기자는 쪽문의 작은 유리창에 카메라를 고정했다. 안민식 기자는 김종술 기자를 카메라에 담았다.
눈 깜짝할 새였다. 이 전 대통령은 평소 이용하는 정문을 택하지 않았다. 쪽문 안쪽에 켜 있던 등이 꺼졌다. 곧바로 4~5명의 사람이 주차장으로 나왔다. 앞에 나온 사람들이 이 전 대통령의 얼굴을 가렸다. 의도적이었다. 카메라에 얼굴을 찍히지 않으려는 작전이었다. 순간, 4대강 독립군은 용수철처럼 튕겨나가듯이 자동차를 향해 뛰었다.
"죽어가는 4대강, 어쩌실 겁니까?"(정수근 기자)"4대강 다 죽여 놓고 행복하십니까?"(김종술 기자) "이 초대장을 드리려고 왔습니다."(이철재 기자)경호원에 가로막혔지만, 그가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거리였다. 4대강 독립군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가슴에 품었던 질문이자, 비명이고 외침이었다.
한 경호원은 다큐 제작팀 안민식 기자를 팔과 무릎을 꺾어 제압한 뒤 옆에 주차된 다른 차량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 "꿍"하면서 세게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옆에 있던 김종술 기자가 경호원을 향해 "때리지 말라"고 소리쳤다. 이 전 대통령을 태운 차가 빠져나가자, 그 뒤에 경호차가 급발진을 하면서 쏜살같이 따라붙었다. 안 기자는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했다.
[만남 그 후] "이명박 구속시키자"
▲지난 6일 4대강 독립군이 서울 지하철 7호선 학동역 인근에서 ‘죽음의 강 보고대회’를 마친 뒤, 4대강 참상을 담은 피켓을 들고 MB 집 앞으로 향하고 있다.
정대희
다음날인 6일 오후에 4대강 독립군들이 다시 모였다. 이번에는 MB 집 근처인 서울 지하철 7호선 학동역 6번 출구 앞에서였다. 이들은 오후 4시부터 '죽음의 강 보고대회'를 열었다. 4대강 사업 때 경기 여주 이포보에서 공사 중단을 촉구하며 장기 고공농성을 했던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봤다.
김종술 기자는 금강에서 캐 온 실지렁이와 시궁창 펄을 가져와서 시민들과 만났다.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던 정수근 기자는 낙동강의 썩은 물을 떠왔다. 이철재 기자는 4대강 부역자들이 저지른 역사를 고발했다. '한강 지킴이'이자 여주시의원인 이항진씨는 "4대강 공사비 마련한다던 5년 묶은 남한강 골재가 여주에 쌓여있다"고 성토했다.
이날 1시간 동안 길거리 강연을 한 4대강 독립군들은 깔따구, 실지렁이, 녹조 사진을 들고 행진했다. '쥐를 잡자 특공대'는 이 전 대통령 집에서 50m 떨어진 제 5초소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열고 있었다. 행사 관계자가 "4대강 독립군 대장" 김종술 기자를 무대 차 위에서 불렀다. 김 기자는 한 손에 촛불을, 다른 손에 마이크를 든 채 '이명박 4대강'의 흑역사를 설명했다.
김종술 기자는 마지막에 구호를 선창했다.
"이명박을 구속시키자." 4대강 독립군들은 3박4일 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 앞에서의 뻗치기 인터뷰와 길거리 강연을 한 뒤 그날 밤 늦게 4대강 현장으로 돌아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김종술 기자는 카메라와 취재수첩을 들고 금강을 혼자 거닐고 있을 것이다. 정수근 기자도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1300만 식수원인 낙동강 어딘가를 걷고 있을 것이다. 이철재 기자는 밤을 새워가며 4대강 백서에 담길 흑역사를 정리하고 있을 것이다.
오마이TV 다큐 제작팀은 4대강 저항자들이 고군분투해 온 모습과 부역자들이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모습을 편집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역자들이 죽인 4대강의 귀환을 위해 대안도 제시한다.
오는 17일에 미니 다큐 1편을 제작해 공개한 뒤 5편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우리 모두가 반드시 함께 기록해야만 하는 더럽지만 값진 역사다. 장편 다큐멘터리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을 응원해주시고 후원해주시기 바란다.
▲4대강 독립군이 특별한 초대장을 전달하기 위해 MB를 찾아갔다.
정대희
MB 10년, 고발 다큐를 후원해주세요 |
오마이TV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4대강 부역자들의 민낯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으로부터 4대강을 해방시키려고 노력해온 '4대강 독립군'들도 <오마이뉴스>가 만드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자 조력자입니다. MB와 부역자들에 저항하면서 10년의 삶을 희생해온 독립군들의 어깨를 한번 두드려주세요. 오늘도 찬바람을 맞으며 죽어가는 강과 함께 아파하는 진실 고발자들을 응원해주세요.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5
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공유하기
독일의 '유령 도시', 이곳에서 MB 사기극은 시작됐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