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13일 경남 양산 성전암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의 30주기 추도식에서 누나 박은숙(56)씨가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고 있다.
정민규
기자가 박종철 열사의 가족들을 만난 건 딱 1년 전 이맘때였다. 박종철 열사의 서른 번째 추도식이 있던 경남 양산의 성전암이란 사찰에서였다. 30년이 흘렀지만 가족들은 20대에 멈춰선 박 열사의 영정을 바라보다가 얼굴을 파묻었다.
그날 기자는 누나 박은숙(56)씨에게 만약 박종철 열사가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 지냈을 거 같으냐고 물었다. 박씨는 "매 주말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잘못된 권력을 향한 분노의 촛불이 매주 전국의 거리에서 타오를 때였다.
바로 그 주말 부산 서면 중앙대로를 가득 메운 1만 명의 시민 틈에서 박종철 열사의 가족을 다시 만났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 박정기씨도 휠체어를 탄 채 촛불을 들었다. 시민들은 1분 동안 촛불을 내려 놓고 박종철을 추모했다.
박은숙씨가 무대에 올랐다. "아마도 네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함께 감격에 겨워 이 촛불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돌려 달라고 마음껏 소리질렀을 거야"라고 눈물을 흘리며 말한 박씨는 "되살아난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하고 싶단다"라고 소원했다.
박종철 열사 누나는 <1987> 어떻게 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