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빵 굽는 일은 반죽이 잘 되어야하고, 불 조절을 잘하여 뒤집기를 잘해야 맛나게 구워집니다. 팥소도 맛있어야 하구요.
전갑남
막대기 붓으로 국화빵 틀에 기름을 칠을 합니다. 구멍 틀에 주전자에 담긴 질척한 반죽을 리드미컬하게 붓습니다. 틀 속에 적당량이 들어갑니다. 이제 팥소를 떠서 넣습니다. 이때부터 뒤집는 기술을 발휘합니다. 뒤집는 데 상당한 기술이 숨어 있습니다. 너무 일찍 뒤집으면 설익을 테고, 늦게 하면 타기 때문입니다. 한 두어 번은 제때 뒤집어야 풀빵이 적당히 구워집니다.
아내가 아주머니께 묻습니다.
"아주머니, 풀빵 굽는 게 쉬워 보이지 않네요! 빵 뒤집는 게 타임을 잘 맞춰야 할 것 같아요!""그렇게 보여요? 누구나 부닥치면 잘 해요! 처음엔 좀 그러겠지만….""근데, 아저씨는 아직 좀 더뎌 보여요?""좀 그렇죠! 이 양반 가끔 불 조절을 못해 까맣게 태우기도 해요!"그러고 보니 아저씨가 구운 틀에서는 탄 게 몇 개가 보입니다. 세상에 쉬운 게 없는 것 같습니다.
풀빵에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내 어린 시절, 나는 어머니를 따라 곧잘 장에 가곤 했습니다. 그 당시 오일장은 필요한 물건을 사고파는 삶의 현장이고, 이웃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장에 따라가면 장구경도 좋았지만, 어머니가 사주는 군것질거리에 군침을 흘렸습니다. 장날 먹은 짜장면은 그때 최고였습니다. 부모님은 눈깔사탕이며 겨울철에는 풀빵도 많이 사주셨습니다.
집안 큰 제사를 앞 둔 어느 장날. 어머니는 맛난 풀빵 몇 개를 내게 안겨주고, 당신 볼일을 보러 갔습니다.
"나 일보고 올 때까지 넌 꼼짝 말고 여기서 좀 기다려라!"나는 풀빵을 야금야금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었습니다. 풀빵 몇 개를 게 눈 감추듯 먹고, 한참을 기다려도 어머니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기다리다 못해 어머니를 찾으러 나섰습니다. 어머니는 장을 다보시고 허겁지고 풀빵장수한테 왔을 때는 내가 그 자리를 떠난 뒤였습니다. 어머니가 이젠 나를 찾아 나선 것입니다. 어머니와 나는 서로를 찾느라 복잡한 장 구석구석을 헤맸습니다. 풀빵 파는 데서 결국 다시 만나기는 했지만, 마음은 바짝 타들어갔습니다.
"우리 아들 미안해라! 건너 마을 고모님 만나 이야기 하다 늦었어. 여기서 그냥 기다리지 않고선…."나는 어머니를 보고,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어머니도 반가움에 야단치기보다는 내 얼굴을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풀빵 몇 개를 더 사주셨습니다. 그 때 먹었던 풀빵의 맛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호호 불며 먹는 풀빵 맛쉴 사이 없이 돌아간 풀빵기계에서 말랑말랑 익은 풀빵이 구워집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차례차례 빵이 건네집니다.
우리 차례도 되었습니다. 종이 봉지에 풀빵 두 봉지를 받았습니다. 한 봉지는 아내 몫, 또 하나는 내 몫. 우리 어린애들처럼 풀빵을 먹어봅니다.
"당신, 천천히 호호 불어 먹어? 잘못하단 입천장 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