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플리즈
에이미폴러
그럼 이 책 <예스 플리즈>가 보여주는 롤모델은 어떨까? 이는 제목에서 드러난 "예스"와 "플리즈"가 결합된 양면적인 매력이다. 먼저 에이미 폴러는 "예스는 즉흥연기를 배울 때의 젊음, 그때 나에게 주어졌던 기회에서 나왔다"(20쪽)고 한다. 여기에서 즉흥극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공연의 형식을 이해해야 한다. 즉흥극은 관객으로부터 딱 하나의 '제시어'를 받아 즉흥적으로 펼치는 공연이다.
관객이 던지는 제시어가 무엇이든지 우선 수용을 해야 한다. 그래서 기본 규칙이 "예스, 앤드"이다. 이때 중요한 건 동료 배우와의 호흡이다. 그래서 에이미는 "즉흥연기는 멋있어 보이기 위한 연기가 아니다"라고 한다. 튀기 위한 연극이 아니다. "즉흥극 무대에서 꽉 끼는 가죽 잠바를 입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영리하게' 군다고 해서 상을 받지 않는다. 그 순간에 존재해야 하며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130쪽)
이처럼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태도, 내 주변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책 곳곳에 나온다. 에이미는 책 곳곳에서 자신에 대한 사랑, 자신의 삶에 대한 사랑을 얘기한다. 그 비결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긍정,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다. "자신이 절대 될 수 없는 것은 놓아주자. 이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고 섹시하다"(48쪽)라고 한다. 지금 여기의 삶에 대한 강조는 현재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이어진다. "'중요한 것에 대해 말하기'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을 하기'가 중요한 것이다"(270쪽)라는 말은 일이 되게 하기 위한 비법과도 같다.
그렇지만 "'예스'라고 말한다고 해서 '노'라고 말할 줄 모른다는 뜻이 아니다."(21쪽)라고 한다. 무한 긍정, 무슨 일이 생겨도 화내지 않기와 같은 철학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에이미는 "예스 플리즈"는 강력하고 단호한 말이다. 응답인 동시에 요청이다. 절대 '착한 소녀'의 언어가 아니다"라고 한다. 부드러운 요청인 것이다. 그렇기에 "예스 플리즈"는 "무례한 사람이 바글바글한 이 세상에서, 좋은 예절은 우주를 여는 비밀 열쇠"라고 한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에이미가 구구절절 자신의 철학을 늘어놓는 책이라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곳곳에는 코미디, 영화, 제작의 다양한 뒷얘기와 자기 삶의 여러 분기점을 솔직하고 재미나게 쓰고 있다. 그러다가도 워크북처럼 독자로 하여금 '내가 태어나던 날' 같은 글을 써보게 하고, 일상의 팁을 제시해준다.
코믹 릴리프 시리즈의 취지대로 진지한 이야기를 하되 결코 무겁지 않게 유쾌한 리듬을 유지한다. 예를 들어 사과를 해야 하지만 망설여질 때 쓴 '뇌가 쓴 사과편지'와 '마음이 쓴 사과편지'의 버전처럼 기발한 그녀만의 생활의 팁을 얻을 수 있다.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에이미는 스스로를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악마의 목소리를 잘 다스릴 것을 얘기한다. 모순된 세상에서 나를 지켜나가면서 그렇다고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양면적인 태도이다.
"양면적인 태도가 성공의 열쇠이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신경 써야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그러면 안된다"(243쪽)라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현재의 나를 사랑하며 세상에 조금씩 요청해가는 방법을 익혀나가 보자. 마법의 주문 "예스 플리즈"를 외치면서.
예스 플리즈 - NO!보다 강한 말
에이미 폴러 지음, 김민희 옮김,
책덕,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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