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집’은 위치상 연희네슈퍼 동굴 위에 있다. 동굴은 ‘러시아집’ 아래에서 시작해 왼쪽으로 꺾어져 있는 형태다.
이영주
동굴만이 아니다. 연희네슈퍼 일대는 목포 근대사가 간직되어 있는 곳이다. 연희네슈퍼 정면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명 '유곽거리'다. 히빠리마치 또는 히빠리골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힛빠리'(引つ張り)라는 말은 일본어로 '잡아당긴다'는 말로, 호객행위를 뜻 한다.
목포항은 1897년 개항되었고, 목포에 유곽이 생긴 것은 1905년도의 일이다. 당시 자료를 보면, 1936년 목포에는 요릿집이 12곳, 음식점이 336곳, 카페가 20곳, 청루가 7곳이었다. 당시 번성했던 목포 경기를 느낄 수 있다.
연희네슈퍼 앞 유곽거리에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주길정(住吉亭), 현해루(玄海樓), 만직지루(萬直志樓), 삼교루(三橋樓) 등이 있었고, 조선인이 경영하는 유곽으로는 일출정(日出亭), 명월루(明月樓), 영춘정(永春亭) 등이 있었다.
지금도 유곽거리에는 2층짜리 옛 유곽 7~8채가 세월의 흔적은 간직한 채 남아있다. 긴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개량되고 부서졌지만, 옛 유곽의 모습이 남아있다.
이곳에서 53년을 거주했다는 김금석(76)씨는 "이 일대가 모두 유곽거리였다"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집도 유곽이었는데 개조했다"고 말했다.
점령군 일본인들의 유희와 환락의 장소였던 유곽거리는 이후 갈 곳 없는 동포들을 보듬는 곳이 된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한 뒤 일본 시모노세키 등지에서 쫓겨난 조선인들이 귀국 뒤 빈 유곽에 수용되었다. 일본으로 끌려갔던 조선인들이 조선을 점령했던 일본인들의 환락의 장소에 정착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