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수업 후 기념촬영을 가진 박정욱 디자이너, 정순자 장인과 수강생들
종로문화재단
정도전 27대손으로 뼈대 깊은 가문에서 태어난 그녀는 전라남도 광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의 어깨너머로 바느질을 보며 자란 그녀는 한복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다. 한복을 배우겠다는 뜻을 밝히자 어머니는 힘들다며 극구 반대했지만, 그녀의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학원 선생님을 집에 모셔서 배우다가 나중에는 그것도 부족하다 싶어서 광주 시내에 가서 학원에 정식으로 등록을 했어요. 학원에 다니면서 전문적으로 한복에 대해서 배웠죠. 그런데 막상 나와서 배운 공식대로 하려고 하니까 실제 한복을 만드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더라고요."배운 것들을 재료로 실력을 쌓아나갔고, 부지런히 바느질에 전념했다. 많은 일감으로 밤을 새우며 일하는 그녀를 보며 가족들은 안쓰러워하기 일쑤였다. 결혼 후에 남편이 바느질을 만류하자 그녀는 남편이 출근한 이후에 몰래 꺼내서 할 정도로 바느질이 '천직'이었다고 말한다.
"지겨울 새가 없더라고요. 일을 더 하고 싶어서 남편하고 다투는 시간도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언쟁을 하다 보면, 일할 시간을 뺏기잖아요. 타고난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좋아했으니까 오랜 시간 할 수 있었던 거죠. 사실 제가 굉장히 털털한 성격인데 바늘만 손에 잡으면, 차분해지더라고요. 그렇게 조용히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이 참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