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을 사용하는 경찰청 인권센터 5층에는 박종철 열사가 고문당했던 509호가 원형그대로 보존돼있다.
박정훈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이 개봉 7일 만에 누적관객 수 250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 중이다. 그러나 정작 옛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에 있는 박종철 기념관은 홍보 부족으로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었다.
지난 2일 오후 기자가 찾아간 경찰청 인권센터는 고요했다. 이곳은 과거 김근태, 박종철 등 민주화 투사들의 고문과 인권탄압이 이뤄지던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을 개축해서 만들었다. 4층에는 박종철 기념전시실이 있고, 5층에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벌어진 '509호'를 원형 보존하고 있다.
영화 <1987>의 배경이 된 역사적 장소... 관람객은 드물어박종철 기념전시실에는 박종철 열사의 유품과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되어있다. 또한 80년대의 어두웠던 시대상황,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 6월 항쟁 등에 대한 신문기사와 사진 등으로 한국의 현대사를 담아내고 있다.
이어서 5층 조사실을 보면 그야말로 삭막하다. 16개의 방이 있는데 문들이 마주 보지 못하도록 지그재그 구조로 설계되어있다. 각 방에는 변기와 세면대가 설치되어있다. 2002년 리모델링 할 때 구조가 바뀌기도 했으나, 원형 그대로 보존된 509호에는 물고문이 이뤄진 욕조, 조사를 받던 책상과 침대도 남아있다.
영화 <1987> 속에 등장한 역사적인 장소를 서울 한복판에서 찾을 수 있음에도 관람하는 이들이 드물었다. 기자가 인권센터에 머물렀던 2일 오후 3시~4시 사이에 인권센터를 찾은 시민은 4명에 불과했다. 인권센터 경비 관계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하루 15명에서 30명 정도 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방명록을 확인하니 지난 18일간 70명밖에 서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