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A씨는 지금도 혹시라도 살아 남아 있을 길고양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A씨 집 주변에서는 길고양이 사체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재환
시골 마을에서 고양이들이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해 12월 29일 충남 홍성의 한 마을을 찾았다.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겉으로 보기에 평화롭게 보였다. 산 능선 아래 골짜기에는 5~6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을에서 만난 제보자 A씨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는데 아이들이 며칠 사이 다 죽었다"며 "누군가 고양이들에게 쥐약이나 농약을 먹인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5년 전 고향 마을로 귀촌해 살고 있다. 귀촌 직후부터 마을을 떠돌던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나눠주며 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길고양이들이 갑작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제보를 하게 된 것이다. A씨는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싶지만, 이웃과의 불화가 우려되어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신고를 하면 인심을 잃어 더 이상 마을에서 살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면서도 "마을 방송을 통해서라도 길고양이들을 죽이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고, 동물보호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고양이들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웃과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불과 얼마 전까지도 10여 마리가 넘는 길고양이들이 A씨의 집을 찾아와 밥을 먹고 갔다. A씨는 지금도 혹시라도 살아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집 근처에 사료와 물을 놓고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고양이들의 상당수는 이미 죽고 없는 상태이다. A씨는 "피를 토하며 죽은 아이도 있다"며 "새끼 고양이 한 마리는 쥐덫에 걸린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이날 A씨의 집 근처에서는 얼마 전 죽은 길고양이의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