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너무 추워 볕 잘 드는 담벼락에 붙어서 해바라기를 하다
마음산책
돈이 없으니 대학교는 생각조차 안 한 채 곁일을 하면서 하루하루 지내던 어느 날, 곁일을 하던 곳에서 '모델을 해 보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고서, 그러면 일삯을 얼마 받는지를 묻고는, 살림돈에 보탬이 되겠구나 싶어서 얼결에 모델을 했는데, 뜻밖에 몹시 사랑을 받았다고 해요.
곰곰이 돌아보면, 글쓴이는 어릴 적부터 거의 못 먹고 자라서 비쩍 마른 몸이었다는데, 비쩍 마른 몸이돼 언제나 들이나 냇가에서 하늘바라기를 했으니 얼굴이 매우 맑았으리라 봐요. 아마 이런 젊은이는 드물었겠지요. 모델이 되려는 공부나 훈련을 하는 사람은 많아도, 삶에서 우러나온 고운 낯빛이나 몸매인 사람은 드물었겠지요. 억지로 몸매를 날씬하게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이 많으나, 저절로 날씬한(?) 몸매인 사람은 참말 보기 힘들었겠지요.
그저 슬퍼서 눈물만 흘렀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은 채 나를 키우고 응원해 주던 할머니에게 해 드린 것도 없이 뭐 하고 살았나 싶어 회한의 눈물이 온몸을 덮쳤다. 그 이후로 내 사전에서 '언젠가' '조만간'이라는 단어는 사라졌다. (190쪽)<엄살은 그만>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글쓴이는 모델로 꽤 잘나가면서 돈을 넉넉히 벌어 이제 가난한 살림은 끝이로구나 하고 여겼대요. 그런데 모델로 꽤 잘나가다 보니 너무 일이 많아 바쁜 나머지 할머니를 보기 어려운 하루였답니다. 돈을 잘 버는 기쁨으로 '돈 쓸 틈마저 없었을' 텐데, 한창 바쁘게 일하던 어느 날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서 '돈을 잘 버는 살림'이란 또 뭔가 하고 크게 뒷통수를 맞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