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미는 마음' 공동체의 장복이 어르신에게 상황 설명을 듣고 있는 의대생들
김민수
"날이 춥죠 여러분. 오늘 여러분들과 할 일이 긴급하게 생겼는데요. 제가 저번에 알려드렸듯이,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에서 살고계시는 '어르신'의 방을 도배하는 작업을 하게 될거 같습니다."아... 정말 열악한 그방 말이죠..? ""네. 오늘 그래서 '내미는 마음' 공동체와 함께 일을 진행할 거예요."'내미는 마음' 공동체는 '쪽방 거주민'들로 구성되어, 조금 어렵더라도 한 달에 한번씩 조금의 나눔이라도 절실히 필요한 곳을 찾아가서 도움을 주거나, 봉사를 한다고 한다.
산전수전을 겪으신 분들이라 마음을 여는 것이 쉽진 않았을 텐데, 오히려 마음을 조금이라도 내어주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표정은 우리보다 밝았다.
잠깐의 어색함 뒤로 공동체 회장님이 젊은 학생들이 왔다고 반가운 얼굴을 보이며 악수를 청하셨다. "여러분들이 와서 다행입니다. 어르신이 방에서 안 나오려고 하셔서 큰일인데, 좀 젊은분들이 이야기 하면 좀 안낫겠심꺼."
열악한 방에서 지내고 계시는 어르신은, 치매가 꽤 진행된 상태라 정상적인 의사소통 보다는 따뜻한 눈높이에서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이 최선인 상태였다. 더군다나, 치매의 영향으로 물질에 대한 집착이 심해서 본인 주변에 있는 물건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확인시켜 드려야 했다. 다행이, 전도사님이 '1000원 지폐가 수북히 담긴 봉투'를 준비해서 그 부분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었다.
방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인사를 하자마자 무거운 냄새들이 코를 찔렀다. 여름도 아닌데, 이렇게 무겁고 텁텁한 공기가 이 공간을 꽉꽉 채우고 있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더욱이, 전기장판도 없어서 방안은 오로지 '어르신'의 입김으로 데펴지고 있었다.
방의 상태는 심각했다. 얼룩덜룩 곰팡이가 피었고, 벽지가 벗겨져 있었다. 미닫이문은 간신히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