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과 '중동 취업 대박'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JTBC
[둘] '노오력'과 '중동 취업 대박'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한다,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늦춘다, 포기한다 그 심정은 이해를 해요. 그리고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다, 그 심정도 이해를 해요. 그런데, 그것은 조금 청년답지 않다는 생각을 해요. (중략) 여러분께서 안정 지향적인 생각을 갖는 한 정부의 정책은 한계가 있어요.""내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는 청년기에 외국에서 한 10년 동안 근무해 보는 것도 해봄직하다는 생각은 해요. 제가 청년이라면 KOICA 같은 데 취직해서 한 번, 험한 나라에 가서 봉사도 해 보고 싶고 그런 꿈들이 있어요. 한 번, 썩 그렇게 내키지 않으면 하지 마시고요. 그런데 청년기에 그런 경험이 인생에 큰 자산이 될 수가 있다 하는 생각은 합니다."청년정책을 곧 일자리정책으로 보고 있다면, 문재인 정부는 청년일자리 문제와 대안에 관련해서 이전 정부가 가지고 있던 것보다 더 나은 관점과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이낙연 총리의 발언으로만 살펴보자면 그렇지도 못한 것 같다.
위에 인용한 이 총리의 발언은 청년 실업 문제가 대두된 이후 끊임없이 많은 정치인, 행정가, 어른들이 반복해왔던 '실언'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외국' 발언은 "대한민국의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 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라고 말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을 연상케 한다.
이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청년이 실업자가 된 이유를 결국 개인의 선택으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청년들은 눈높이를 낮추거나, 해외로 가서 일을 할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선택으로 실업자가 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팩트부터 짚어 보면, 우선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있는 것은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연구결과들이 수없이 많다. '첫 직장'이 이후의 이직 및 인생 경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통계들이 계속 발표되어 왔다. 게다가 청년들이 눈높이를 실제로 낮추지 않은 것도 아니다.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서 눈높이를 실제로 낮추고 있지만 고용 현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오히려 취업선호도가 높은 청년의 취업성과가 실제로 더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자들이 내놓는 이러한 연구결과는 왜 정책 결정자들에게까지 전달이 되지 않고, 5년이,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청년일자리 대책은 '미스매치 해소'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눈높이를 낮추세요'와 '해외 취업'이나 '창업'과 같은 미봉책에만 머무르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셋] 일자리가 부족한 건 세대·젠더 갈등 탓? "그분들이 왕창 물러날려면 아직도 10년쯤 더 기다려야돼요. 지금은 베이비붐 세대가 공공이건 민간이건 우리 사회의 모든 조직의 상층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요. 그 사람들이 빠져나가주지 않는 한 들어갈 틈이 거의 제한돼요. (중략) 아버지 세대가 정규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들한테 비정규직을 강요하는 이상한 시대가 되어 있어요, 지금.""청년의 고통, 청년의 좌절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것을 아프지만 이해하실 필요가 있어요. (중략) 일자리를 빼앗겨요. 첫째는 한 세대 전에는 여성청년들이 사회에 지금처럼 많이 진출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여성청년들이 남자들 이상으로 많이 진출해요. 실제로 고3을 기준으로 볼 적에,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남학생을 역전한 것이 2011년 무렵일 거예요. 지금은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어요. 그분들이 사회에 나와서 취업을 해요. 남학생의 입장에서는 과거에 아버지들 세대를 쳐다보던 사람들, 남학생의 입장에서는 여학생한테 내 일자리가 뺏기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그것은 옳지는 않지만, 마음속에 그럴 수가 있어요. 왜? 나눠 가야 하니까, 일자리를 나눠서 써야 하니까요."이낙연 총리는 청년실업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설명하면서 기계화와 경제성장률 둔화 등을 비롯해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그중 위에 인용한 발언에 내포되어 있는 몇 가지 인식은 다소 우려스럽다. 청년실업의 원인으로 세대 간의 일자리 갈등(베이비부머 세대의 늦은 은퇴)이나 젠더 갈등(여성의 사회진출)을 설명하는 것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일자리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에서 설명한다는 점이다. 이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된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그럴듯한 변명'을 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의 이러한 발언은 특히 이러한 문제인식이 정책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불필요한 세대 갈등이나 젠더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담론은 청년실업 문제의 원인을 경제 침체 그 자체나 혹은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찾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들어갈 일자리를 차지한 '기성세대'나 '여성'에게서 찾게 함으로써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집단 간의 경쟁과 갈등을 유발하는 효과를 가진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 당시 결국 기업에게 임금 절감의 방식으로 이익이 될 '임금피크제'를 추진하기 위해 당시 여당에서 '청년들을 위한 기성세대의 양보'라는 프레임을 씌웠던 것처럼, 이렇게 만들어진 사회집단 간의 갈등은 정부나 기업 등에 의해서 이후에 다시 이용될 수 있다. 그렇기에 실제로 청년들의 일자리 부족 현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원인 중에 기성세대의 은퇴 문제나 여성의 사회진출 문제가 있더라도, 정부의 대표자가 이것을 중요한 원인으로 긴 분량을 할애하여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