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가장 긴 '동짓날'인 22일 오후 대구시 중구 경상감영공원에서 거리에서 사망한 노숙인들을 추모하는 '거리에서 죽어간 대구홈리스 추모제'가 열렸다.
조정훈
반빈곤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43명이던 노숙인 사망자 수는 2014년 30명으로 줄었지만 2015년 87명, 2016년 61명이었고 올해는 95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대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수도 1103명으로 서울(3682명)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특히 1만 명당 노숙인 수는 4.39명으로 서울의 3.61명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최병우 쪽방상담소 소장은 "대구에 노숙인들이 많다는 것은 빈곤이 심화돼 있고 사회안전망이 굉장히 느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구가 노숙인 예산이 많기는 하지만 복지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창호 대구인군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매년 홈리스 추모제를 진행하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다"며 "우리의 삶이 나아지고 돌아가신 분들이 매년 줄어드는 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기본적인 책무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MF 이후 엄청난 실업자가 발생하고 많은 중소기업이 부도가 나면서 홈리스라는 이름으로 노숙인들이 엄청나게 늘었다"며 "거리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개인적인 책임이라기보다 사회구조적인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모제에 참가한 노숙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했다. 김아무개씨는 "우리는 추운 겨울밤이 가장 두렵다"면서 "언제 밝아올지도 모르는 밤에 새벽을 기다리며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은 죽음과 같다"고 말했다.
손수 편지를 써온 이아무개씨는 낮은 목소리로 "그곳은 따뜻하시죠"라며 "아프지 않고 다음 생에서는 홈리스라는 꼬리표를 떼고 등 따시고 배부른 세상에 다시 태어나 못다 한 삶을 다시 사시기를 간절히 빕니다"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매년 동짓날 열리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