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만들기 활동을 함께하는 씨드하우스 식구들
씨드하우스
낮 동안에는 '태화샘솟는집'이라는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시설에 꾸준히 다니면서 후원인들께 편지보내기 등 여러 업무를 돕고 계십니다. 관절염도 있으셨는데, 매일 1시간씩 꾸준하게 운동하여 지금은 여행을 다니셔도 무리가 없을 만큼 건강을 회복한 상황이에요.
가끔씩 저에게 넋두리처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으실 때가 있어요. 힘들었던 시절, 집에 두고 나왔던 자식들이 눈에 밟힌다며, 이제는 자식들이 잘 살기만 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는 말씀을 종종 하시곤 해요. 올해 설날과 추석 명절에는 아드님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저에게 말씀하셨답니다.
자식들을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힘들어 하셨던 걸 잘 알고 있기에 아드님의 방문이 저에게도 큰 기쁨이었어요.
입주 후 안정적으로 생활하시다 한 번은 위기가 온 적이 있어요. 외부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사람들이 자신을 해칠 것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혀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으셨다고 해요. 공황과 불안증세 때문에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을 정도였죠.
연락을 받자마자 제가 안옥선님께 뛰어가서 안심시켜 드리고, 병원까지 동행해서 진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했어요. 이웃 입주민 분도 곁에서 도와 증상이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했지요.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매일 확인하고, 안정을 찾으실 수 있도록 도왔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이유 없이 생긴 증상악화로 인해 혼란스러워 하셨지만, 지금은 하룻밤 감기에 걸렸다가 다음날 낫듯이 증상은 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증상관리를 하고 계세요.
지원주택에서 혼자 근무하는 저에게 따뜻한 정을 나눠주실 때도 있어요. 과일이나 간식을 챙겨주시기도 하고, 제가 힘들거나 지칠 때는 마음을 다독여 주시기도 한답니다.
안옥선 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노숙할 때처럼 불안하거나 두렵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내 집이 있어 감사해요. 문을 열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웃들이 있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있어 감사해요. 이런 곳이 천국 아닐까요?"
이런 긍정의 에너지가 지원주택 이웃들에게도 열심히 생활하고자 결심하는 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답니다.
아프고 힘들었던 과거를 이겨내고 미래의 행복을 설계하며, 지원주택 '씨드하우스'에서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생활하시는 안옥선 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안옥선 님이 직접 쓰신 감사의 편지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원주택 씨드하우스 입주민 안옥선입니다. 거처할 곳이 없어 거리를 헤매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지금은 너무 행복해서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내 집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원주택으로 이사한 후 아들이 명절마다 찾아와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저의 행복의 한 부분입니다. 이웃들과 가족 같이 지내면서 건강을 위해 매일 운동도 하고, '태화샘솟는집'에 다니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보살펴주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합니다. 사회복지를 위해 애쓰시는 시장님, 센터에서 저희들과 같은 처지에 놓인 분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여러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저의 작은 바람은 지원주택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것입니다. 집이 없어 거리생활을 하며 어려움에 처해있는 분들이 하루 빨리 안식처를 찾아서 행복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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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할 때처럼 불안하지 않아, 여기가 천국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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