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지역공동체 박명애대표(63)가 활동지원서비스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민아영
지난 11일 만난 박명애씨(지체 1급)는 대구지역 장애인인권 현장을 종횡무진 다니며 활동한다. 올해 만 63세인 그가 47살 되던 해, 질라라비 장애인야학을 만났다. 그 전까지는 자신과 같은 장애인이 많다는 것을 몰랐다. 야학을 통해 이어진 관계 속에서 장애인의 현실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당장 가족이 없으면 화장실에 가는 일조차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의 활동 반경은 가족이나 야학에서 지원할 수 있는 딱 그만큼이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아래 활동지원서비스)는 삶의 반경을 넓혀주는 제도였다.
그런데 그에게 '노인'이라는 이름표가 붙으면, 이제 '장애인'이라는 이름표는 삭제된다. 만 65세가 지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받게 되면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소수성의 중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알아보려 한다.
- 활동지원서비스가 2007년부터 시작이 됐다. 처음 받아보는 서비스이다 보니 시행이 됐을 때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2007년부터 이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군가한테 뭔가 부탁하니까 낯설고 어색하고 그랬다. 모든 활동보조인이 장애 감수성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 아니니까. 나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에서 인건비가 나오는 것이니 봉사자하고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시혜적으로 부탁하는 위치가 아니라 이용자로서 (원하는 서비스를) 정확히 활동보조인에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쉽지 않더라.
(활동지원서비스를) 한 달에 180시간을 받았다. 보통 사무실에서 일할 때 이용했다. 화장실을 가려면 가족이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활동보조인이 있으니 활동을 좀 더 왕성하게 할 수 있었다. 2006년에 서울로 가야 하는 일정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화장실 문제가 있어서 가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든 돌아다니면서 활동할 수 있다. 이런 점이 아무래도 다르다."
- 활동지원서비스라는 게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는 서비스라고 생각된다. 새로운 사람이 누군가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는 것이니 가족도 새삼 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다."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 투쟁을 할 때 (내가) 집에 안 들어가고 시청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딸이 중학생이었는데, 여기(농성장)에서 등하교 하고 그랬다. 그 때 '엄마 활동보조 생기면, 너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 그러고 있다.
또 아버지가 오시면 어머니나 다른 누구가 아니라 내가 활동보조인을 통해 아버지 밥을 차려줄 수 있다는 게 좋다. 아버지는 '너무 고맙다'고, '일을 과하게 시키지 마라'고 말하신다. 그냥 불편한 딸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맞춰진 사회 속에서 중증장애인의 사회생활과 자립을 보장하는 '활동지원'서비스. 지역 사회에서 중증장애인이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서비스이다. 그러나 장애인이면서 만 65세를 넘긴 노인은 어떨까? 현재 한국의 사회복지시스템을 보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 노인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판정부터 받아야 한다.
서비스의 이름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최중증 독거장애인의 경우 하루 24시간 서비스 시간이 보장된다. 만약 이 사람이 만 65세를 넘기게 되면, 하루 최대 4시간으로 제한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넘어가게 된다. 기존의 활동지원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아야 한다.
지난 2016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만 65세 이상 장애인에게 서비스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복지부 정책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11월 26일 인권위가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해당 정책 권고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냈다.
- 약 1년 후에는 만 65세가 되는 건데, 지금의 제도상 노인장기요양으로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너무 늦게 (활동지원이) 된 게 아쉽다. 자포자기한 생활습관을 가지기 전에, 어린 나이에 (활동지원이) 됐다면 살아가는 의지나 창의력이 생겼을 텐데. 그런 것을 애써 다 억눌러 놓고 '난 못해'라고 생각했다. 이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뭔가 좀 하려고 하니 65세가 되어 버린다. (만 65세를 넘기면) 한 달에 서비스 시간이 60시간 정도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하루 2시간씩 받는다는 계산).
실제로 엄마가 치매로 돌아가셨는데, 그렇게 치매가 심해도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하루 4시간 이상 받는 걸 못 봤다. 실제로 경험했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제도는 나 같은 장애인한테 안 맞는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최대 4시간을 받거나 그게 아니면 요양병원에 가야 한다. 지금의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한다. 집에서 살면 가족들에게 부담이 되는 구조이니 불화가 안 생길 수가 없다. '부모를 갖다 버린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다. 한국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다."
장애노인에게 '저렴한' 서비스만을 강요하는 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