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내내 단식을 하면서 1인 시위를 병행했던 김경배 부위원장
송동효
김 위원장은 고향을 지키기 위해 생계 수단인 포크레인을 팔고 2년간 국토부와 청와대, 제주도정을 직접 찾아다녔다.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의 동의 한번 없이 건설을 강행하는 데 문제를 제기해왔다. 2년간 국토부와 제주도정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보상 절차를 밟겠다고 앵무새처럼 말했다. 그 동안에도 공무원과 사복 경찰들을 동원한 주민 설명회와 연계된 개발 정책 발표가 이어졌다. 반대 활동의 동지가 된 강정마을 활동가들이 습관처럼 말했다. "10년 전 강정과 똑같아요."
오는 28일까지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발주하지 않으면, 예산이 불용된다는 소식을 들은 김 위원장이 10월부터 곡기를 끊었다. 목숨을 걸고 국토부와의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 기존 부실 용역에 대한 재검증과 사전 타당성 조사를 다시 해달라, 그 후에 기본계획수립 절차를 밟으라 요구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대책위와 뜻을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당장 위원장을 먹여야 했으므로, 국면의 속도가 빨라졌다.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이 모여 반대 범도민행동을 조직했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뿌리 뽑힌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 옆에서 함께 굶었다. '뭐라도 하자'라는 이름의 시민 모임이 구성돼 각종 문화제를 열었고 릴레이 만화, 그림, 노래 등을 남겼다. 하지만 국토부는 강행 입장을 고수했고, 42일 단식의 끝은 응급실행이었다.
제주녹색당도 서울까지 올라가 직접행동을 통해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면담을 했다. 단식 주민의 존재와 도민 사회에서의 소요도 알고 있지만, 제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성곤, 강창일, 오영훈)과 제주도지사를 통해 항상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공항 건설은 국회의원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개발 공약이었다. 대의제를 통하지 않은 시민의 목소리는 국가권력에는 한낱 소문일 뿐이다. 몸을 추스르자마자 김 부위원장은 대책위 사람들과 함께 서울로 갔다. 지금도 광화문에서 청와대를 바라보며 천막 농성 중이다.
단식 투쟁의 상징이었던 제주도청 앞 천막은 현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순번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나를 비롯해 난생처음 천막 노숙을 해본다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의 천막에서는 KBS 노조와 세월호 천막 등, '이웃 천막'들이 매일 몰려든다고 했다. 군사기지화 속에 밀려나는 제주도민과 성산읍 주민을 걱정하는 시민들은 죄다 천막으로 모여들고 있는데, 국가는 여기에 없다. 뿌리를 내린 곳에서 내쫓기지 않고 사는 것, 우리는 그것을 인권이라 부른다. 그 뿌리를 뽑은 자리에 국가가 비집고 들어선다. 늘 같은 방식으로 대추리를, 강정을, 밀양을, 소성리를 잃었다. 우리는 그것을 국가폭력이라 부른다. 그렇게 들어선 제주 제2공항은 누구를 위한 하늘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