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뛰던 김연경 선수
김연경
이제 연느님이나 갓연경이 된 김연경이라는 배구 선수입니다만, 어릴 적에는 언니가 배구 무대에서 새 한 마리처럼 날아올라 공을 맞은편에 내리꽂는 모습에 반해서 배구판에 뛰어들고 싶다는 꿈을 키운 작은 아이였다고 합니다.
다만 언니가 처음 배구를 배울 적에는 학교에서 '주먹질'이 흔했다고 해요. 두 딸아이가 운동 선수라는 길을 걷는다고 할 적에 두 딸아이 어머니는 몹시 마음이 아팠다지요. 눈에 넣어도 아플 수 없는 두 아이가 훈련을 받을 적에 늘 '맞아서 몸에 멍이 드니'까요.
배구 선수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읽다가 살며시 덮고서 생각에 잠깁니다. 우리는 아직도 아이들을 때리는 어른으로서 운동 선수를 이끄는 엉터리짓을 멈출 수 없을까요?
요즘도 '운동부 주먹질'이 곧잘 도마에 오릅니다. 때려서 말을 듣게 한다든지, 나이나 계급 따위로 억누르면서 막말을 일삼는다든지, 이런 낡은 버릇을 왜 털어내지 않을까요.
재활이란 몸을 다시 만드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대면하고 하나하나 점검하는 시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당연하게 생각해 온 것들, 코트 위에서 훈련해 온 대로 몸이 움직이고 감각이 살아나고 공이 시야에 들어와 내가 낼려보낼 방향을 판단하는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135쪽)
어느 모로 본다면 <아직 끝이 아니다>는 꿈을 이룬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꿈을 이룬 이야기라기보다, 꿈을 이루려고 얼마나 마음을 쏟고, 얼마나 땀을 바쳤으며, 얼마나 힘을 다했는가를 적은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이렇게 해야 뜻을 이룬다'는 책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아무런 틈도 나한테 찾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하려는 일, 스스로 가려는 길만 바라보면서 밑바탕부터 차근차근 다스리고 꿈만 보며 즐겁게 한길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흐르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구보다 푸름이가 읽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앞날이 까마득하다고 느끼는 푸름이가, 대학입시에 지친 푸름이가, 입시학원하고 보충수업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학교에서 고달픈 푸름이가, 작은 도시나 시골에서 자라는 푸름이가, 한 줄 두 줄 찬찬히 새기면서 읽어 봄직하다고 생각해요.
단맛을 본 이야기는 거의 없이, 쓴맛을 본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에요. 오늘 우리 곁에서 '하느님 김연경' 소리를 듣는 그 엄청나거나 멋지거나 놀랍거나 대단한 사람이, 참으로 오랜동안 '아무것도 아닌' 작은 아이로 살아오면서도 웃고 춤추면서 즐겁게 제 길을 걸어온 이야기가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