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러닝머신(트레드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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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려면 운동을 제대로 배워서 해야한단다. 먼저 러닝머신에서 워밍업으로 15분 걷고 내려오면 기구를 가르쳐 주신다고 해서 생애 처음 러닝머신 위에서 기분 좋게 워밍업을 했다. 내려왔더니 기구 사용법을 가르쳐 줬다. 내가 서툴게 하니 몇 번 가르쳐 주다가 다시 상담하자며 자리로 데리고 간다.
기구만 가지고는 안 되고, 1:1로 개인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하는 게 나에게 맞다고 설득한다. 아기 낳고 키우느라 어깨도 많이 굽었고, 몸이 많이 망가졌다면서. 그때야 비로소 가격표가 보였다. 개인 PT(personal training) 10회에 70만 원. 그것도 세일 가격! 이제 본격적인 설득이 들어온다. 한 달에 생활비 좀 덜 쓰면 나에게 한번쯤 투자해도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다가 다시 현실 앞에서 정신 차린다.
"그건 남편과 상의 좀 해 볼게요." "그럼, 계약서라도 먼저 쓰고 가시겠어요? 안 하실 거면 내일 폐기해도 돼요."계약서? 그 말에 바짝 정신이 차려진다.
"아니에요. 해도 내일 쓸게요." 거절하고 마무리 운동을 하는 내내 찝찝하다. 결국 나를 위한 투자라고 눈 딱감고 3개월에 13만 원에 라커비, 운동복까지 16만 원을 현금으로 떡하니 결제를 했다. 그런데도 생애 처음이자, 육아의 끝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 운동인데, 장삿속으로만 이용하려는 사업주가 미워진다.
70만원짜리 PT는 당연히 거절할 건데, 헬스 기구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러닝머신만 주구장창 하고 와야 하나? 소심한 편은 아닌데도 소심한 생각이 자꾸 든다. 그동안 자녀 키우느라 망가진 몸매, 바닥난 체력은 단돈 13만 원으로 해결함을 받을 수 없다는 역설적인 태도에 배신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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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3개월에 13만원, 돈 쓰고도 초라해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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