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농원 장진씨는 닭들을 풀어 키운다. 지난 해 장씨의 농원은 AI 때문에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당해야 했다.
지유석
- 그 사이 정권이 바뀌었다. 행정당국이 새벽에 들이닥치다시피 해서 살처분을 강행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고 보는가?"정부 기관이 농민을 대하는 태도 자체는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보상 규정만 봐도 그렇다. 앞서 말했듯 살처분에 따른 보상은 케이지 산란계를 기준으로 산출된다. 방사 유정란 보상도 이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
그런데 닭의 가치는 달걀의 가치로 매겨진다. 따라서 보상 기준 대로라면 케이지 양계와 방사 유정란 산란계의 가치가 같다는 것이다. 천안시와 충남도는 바로 이런 시선으로 정책을 펼친다. 방사 유정란에 대한 보상 기준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면 조항을 신설하면 된다. 그래서 관계 관청에 민원을 제기해 봤지만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더구나 보상금은 살처분된 닭에 대한 보상이지 농업 손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었다. 이후 병아리를 구할 때도 지원은 난망했다. 요약하면, 농민에 대한 무관심은 현 정부라고 다르지 않았다. 적폐가 따로 있나? 이게 나라인가?"
- 일전에 <오마이뉴스> 기고를 통해 'AI발생 여부는 국가 방역 시스템의 실력'이라고 지적했었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 '실력'이 좀 나아졌다고 보는가?(관련 기사 : 나는 왜 강제 살처분에 끝까지 저항했는가)"현상만 보면 AI가 만연하지는 않아 야박하게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천안은 AI 상시 발생지역이다. 특히 지난해 AI창궐은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관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올해엔 전남 영암 등 일부 오리 농장에 AI가 발생했고 이에 정부는 대전과 광주, 세종, 충남, 전북, 전남 등 6개 시도 가금류 사육 농가 등에 대해 10일 새벽 0시를 기해 24시간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런 걸 보면 초동 대응은 잘 하고 있다고 본다."
- 만에 하나, AI 방역이 뚫려 또 지난해와 같이 시로부터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받게 된다면? "난 지난해 최선을 다했다. 내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올해 똑같은 일을 당한다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 막을 것이다. 사실 살처분 명령에 따르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명령을 집행하는 행정 기관의 자세 때문이었다. 수십 년 동안 친분 관계에 있던 지역 공무원들이 전국적으로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명령에 따라줄 것을 호소했고, 그래서 수용하려고 어느 정도 마음은 먹고 있었다.
다만, 살처분에 앞서 모이 한 번 더 주고 달걀을 낳게 한 후 해달라고 했지만 공무원들은 우격다짐 식으로 자정에 수십 명이 들이닥쳤다. 그것도 경찰을 대동하고서 말이다. 왜 경찰이 이 자리에 와야 했나? 농민이 범죄자인가? 이게 국민에 봉사한다는 관계관청의 자세일까? 또 한 번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면, 나로서는 저항할 수밖엔 없다."
"예방적 살처분이 능사? 농정 미래 보지 않아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