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PD "사람들이 벌써 MBC가 바뀌고 있다고 호응해 주시는 건 그만큼 저희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그만큼 부담을 가져야겠죠"
권우성
- 해직과 복직, 그리고 파업을 겪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기보다는 부채감 같은 게 생긴 거 같아요. 이용마 선배가 복직하시며 하신 말씀이 '우리가 170일 파업하는 동안 많은 언론이 우리를 알려주지 않아 모르는 시민들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는지를, 언론인으로서 잊지 않으면 좋겠다'라고 하셨어요,
저는 해고 당하고 '해직자'란 이름으로 모임에 참석하거나 불려가는 일이 많았어요. 그런데 저 같은 해고자가 흔하지 않거든요. 좋은 노조에서 법률비와 생계비도 지원 받고, 언론에서 관심도 가져 주시고, 사람들이 같이 화도 내주는. 전 너무 복 받은 해고자인 거죠.
사람들이 저에게 관심 가져 주시고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시는 이유는 제가 MBC라는 공영방송의 언론인이기 때문이잖아요. MBC 노동조합 파업도 마찬가지죠. 전파라는 공공재를 사용하는 언론인이기 때문에 '너희가 어서 정상화돼서, 우리가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사회의 구멍 난 부분을 대신 가서 보고 전해 달라'는 명령과 의무를 같이 주시는 거죠. 파업과 해직을 겪으며 받았던 관심과 지지는 모두 빚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방송을 만들며 그것을 갚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 12일 밤 방송된 <PD수첩>의 시청률이 크게 뛰었더라고요.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잖아요. 시청자들이 MBC에 보이는 반응의 변화를 체감하세요?"저희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호응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저희는 사장이 바뀌고 뉴스가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거고, 정말 괜찮은 뉴스를 내보내려면 더 많이 준비하고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사람들이 벌써 MBC가 바뀌고 있다고 호응해 주시는 건 그만큼 저희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그만큼 부담을 가져야겠죠."
- 2012년 170일 파업으로 해직된 6명이 지난 11일 복직되었잖아요. 물론 같이 해직된 건 아니지만 권 PD님도 해직되었다가 복직되셨습니다. 그래서 6명의 복직이 남다르게 느껴질 것 같아요. "제가 복직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어요. 방송 제작을 하며 이걸 같이 하느라 지난주는 거의 잠을 못 잤거든요. 두 가지 중요한 일을 동시에 하려니 몸은 무척 힘들었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게 너무 즐겁더라고요. 왜냐하면 해직 선배들은 왜 MBC가 좋은 회사인지 실감하게 해준 분들이거든요. 그래서 이 선배님들을 다시 회사에서 동료로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해직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선배들의 좋은 모습을 못 봤을 수도 있을 거예요. 연차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그러나 제가 해고됐던 기간에, 저를 똑같은 해직자로 대해주셨어요. 선배들을 만나면서 그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서 감회가 남다른 거 같아요. 복직 행사날은 입사 이후로 가장 행복한 날이었어요."
- 그날 MBC 내부의 반응은 어땠어요."꿈꾸는 거 같았죠.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기자 선배들의 경우 보도국에서 따로 환영을 하긴 했는데 저도 선배들이 회사에서 지나다니시는 걸 보면서 순간순간 너무 울컥하더라고요. 다들 비슷했을 거예요."
- 권 PD님은 해고자 신분일 때 최승호 사장과 <뉴스타파>에서 일한 인연도 있는데. 최 사장과의 에피소드가 있을 거 같아요."제가 해고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해직 선배들과 등산을 갔어요. 그때 최승호 선배도 계셨죠. 최승호 선배는 당시 <뉴스타파> 앵커셨고 저는 구독하는 후원자라서 선배에게 '제가 볼 때 <뉴스타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재미가 별로 없어서 사람들이 많이 안 보는 것 같다. 후원자들도 돈은 내는데 안 보는 것 같다. 중요한 뉴스가 많은데 이걸 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고민하시면 좋겠다. 새롭고 젊은 포맷들로 확장성을 확보했으면 한다'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최승호 선배가 '자기가 와서 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뉴스타파>에 간 거예요.
최승호 선배는 사고방식이 열려있으세요. 젊은 태도에, 훨씬 연차가 낮은 후배들 의견도 가감 없이 수용하시고요. 열린 생각을 가진 분이셔서 <뉴스타파>에도 많이 반영된 거 같아요. 이제 MBC 사장님으로 오셨으니 MBC에서도 젊은 생각을 잘 반영해서 더 좋은 MBC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MBC 정상화의 의미는 무엇인가요?"물론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아주 간단하게는 이렇게 인터뷰를 해도 더 이상 징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구성원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MBC 원하는 방향과 그리는 그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됐어요. 이게 정상화의 큰 의미인 것 같아요. 그게 곧 뉴스와 다른 프로그램에 반영될 거고 누군가의 강제적인 생각에 저희가 따라야 할 게 아니라 저희끼리 치열하게 고민하고 저희가 가진 생각을 방송으로써 열심히 고민해서 내는 게 MBC 정상화의 의미겠죠."
- 권 PD가 앞으로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도 있을 거 같아요."그때그때 만나는 생각에 집중할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지금은 조연출이니 지금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죠. 해고 기간이나 파업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받은 관심이나 지지가 갚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예능은 그냥 깔깔 웃을 수만 있으면 본연의 목적을 다 하는 거고 기본에 충실할수록 좋겠지만, 또 다른 예능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능으로 같이 이 사회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씩 함께 가질 수 있는 걸 하면 좋겠다는 고민은 합니다."
- 연말연시잖아요.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연말 인사 부탁드려요."저희 MBC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에게 너무 다이내믹한 한 해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것이 변했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습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싸우고, 또 힘들었던 시간의 결실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시민이 지난겨울처럼 매주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떨지는 않아도 되는 겨울이 왔으니 함께 그 결실을 누리되, KBS나 YTN을 비롯해 올겨울에도 거리 곳곳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MBC 구성원들도 그렇게 할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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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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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났던 선배가 '돌아온다' 내레이션... 울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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