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장에 나타나 핫도그 먹는 남성일베 회원등이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단식농성장 앞에서 '도시락 나들이' 등 먹거리 집회를 예고한 지난 2014년 9월 6일,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 나타난 한 남성이 핫도그를 먹으며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이희훈
그런가 하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급격한 몰락도 눈에 띈다. 가장 인기 있는 아이들의 '사이버 놀이터'라는 기존의 지위를 순식간에 잃어버린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수시로 접속해 '일베로' 단추를 누르며 낄낄대는 '일베충'이 아니더라도, 일베는 아이들의 하위문화를 사실상 지배하다시피 해왔다. 가히 일베는 아이들끼리의 소통 창구이자 공용어였다.
이따금 일베의 사진을 사용해 물의를 빚은 몇몇 지상파의 방송사고도 일베의 숨은 위력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특정인에 대한 폄훼, 사회적 약자를 향한 비하와 욕설 등 이른바 '일베 짓'이 부도덕한 범죄 행위라는 걸 잘 알지만, 단지 재미있다는 이유로 적잖은 아이들이 일베를 기웃거려왔다. 심지어 자신이 '일베충'이라는 걸 굳이 숨기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여전히 일베는 온갖 '배설물'을 토해내며 존재를 과시하고 있으나, 요즘 아이들끼리의 대화에서는 좀처럼 끼지 못한다. 한 아이는 요즘에도 일베에 기웃거리는 사람이 있느냐며 되레 반문할 정도가 됐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권 당시 전성기를 구가한 일베는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그 운명을 같이했다고 분석했다.
물론, 일베가 정권과 한통속이기 때문이라고 섣불리 단정하지는 않았다. 더 재미있는 사이트가 여기저기 많아진 탓도 있고, 더러는 '관심 종자'라는 세간의 혹평에 스스로 발을 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아이들은 기성 언론과 검색 포털의 일베 관련 보도 태도의 변화에 우선 주목했다.
일베가 극성인 건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지만, 방송과 신문, 특히 포털에서 일베를 잘 다루질 않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포털마다 허구한 날 일베 관련 기사가 실렸고, 종종 모자이크 처리를 한 혐오 사진까지 덧붙여 놓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곤 했다. 언뜻 포털과 일베가 별반 다르지 않게 여겨질 정도라고 말했다.
'일베 짓'으로는 더 이상 친구들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한다. 과거 장난삼아 그랬던 것처럼 '일베충'이라며 놀려댔다간 자칫 큰 싸움으로 번질 만큼, 아이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금기어가 된 듯한 분위기다. 포털이 눈치껏 권력의 향배에 따라 춤을 춰온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포털과 SNS 등에 떠돌아다니는 온갖 뉴스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됐다는 한 아이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셋] 부록으로 취급되던 5.18, 달라진 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