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2016년에 나왔으나 아직 한국말로는 안 나온 셋째 권 겉그림
니노미야 토모코
작은아이를 괴롭히는 큰아이를 굳이 나무라거나 꾸짖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화지기 아주머니는 슬그머니 웃으면서 "엄마는 지금, 네가 동생을 괴롭히는 만화를 그리는 중이니까, 방해하면 안 돼요♡" 하고 한 마디를 한답니다. 혼자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큰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제발 그 대목을 지워 달라 한대요. 그러면 이런 모습까지 더 신나게 만화로 담아냅니다.
"눈이, 장난 아니에요, 선생님. 기록적 대설이 될 거래요." "아무도, 집에 못 가겠네. 아버님도 어머님도, 후후후." "뭐가 우스우세요?" '아무도 이 집에서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기쁜 만화가.' (122쪽)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바깥일을 해내야 하는 살림은 얼마나 힘들거나 고될까요. 틀림없이 만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느낍니다. 저 스스로 집안일하고 집밖일을 모두 하는 어버이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꽤 힘에 부치기도 한다고 느껴요. 그러나 두 가지 일을 모두 하기 때문에 아이를 더 오래 마주합니다. 아이하고 늘 함께 지냅니다. 아이를 둘러싼 온모습을 지켜보고, 아이하고 온살림을 뚝딱뚝딱 가꾸면서 어버이로서 새롭게 배우곤 합니다.
어쩌면 힘들기 때문에 더 즐거울 수 있습니다. 어쩌면 바쁘기 때문에 더 재미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놀고서 어지르기만 한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놀이하듯 함께 치울 수 있습니다. 만화책 <주먹밥 통신>은 '아이 어버이'인 이웃한테 '다 좋아요. 어질러졌으면 어지러운 대로 아이랑 웃고, 치울 적에는 치우면서 콧노래를 불러요.' 하고 넌지시 속삭이는 이야기꽃일 수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옛말에도 이런 얘기가 있어요. 웃으면 기쁨이 찾아온다고. 함께 웃으면서 아이하고 하루를 지어 봐요.
주먹밥 통신 2 - 불량엄마일기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대원씨아이(만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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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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