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육필 원고. 정병욱 가옥의 마룻장 위에 전시돼 있다.
이돈삼
횟집이 줄지어 선 포구에서 낡은 함석지붕의 오래 된 집 한 채가 있다. 윤동주의 친필 원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보관했던 집이다. 공식 명칭은 '윤동주 유고(遺稿) 보존 정병욱 가옥'이다. 등록문화재 제341호로 지정돼 있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떠나기 전, 열아홉 편의 시를 책으로 엮으려 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고 제목까지 붙였다. 서문 형식으로 적어놓은 글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시 '서시'다.
하지만 일제 치하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았다. 우리말로 된 책을 내기가 어려웠다. 윤동주는 이 원고를 정병욱(1922∼1982)에게 맡기고 일본으로 떠났다. 표지에 '윤동주 드림'이라는 의미로 '尹東柱 呈'이라 썼다. 일본으로 건너간 윤동주는 항일운동을 하다 붙잡혀 1945년 2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어갔다. 27살 2개월의 짧은 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