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벽화.식당 곳곳에 백여 년 전 낭트를 살다 간 사람들이 남아있다.
노시경
내가 마치 왕궁의 다이닝 룸으로 들어서는 것만 같았다. 고풍스러운 타일 장식을 보니 당시 동양풍의 유행을 담은 푸른색과 갈색의 다양한 타일로 치장이 되어 있다. 레스토랑의 몽환적 분위기 속에는 우아하고 섬세한 동양의 장식미가 살아있었다. 화려하면서도 독창적인 이 레스토랑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스토랑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유라시아의 건축양식을 관통하는 중세로 시간여행을 들어갔다. 이 아름다운 벽면을 가득 채운 인상적인 타일 아트는 아쥴레쥬(Azulejos)라고 불리고 있다. 아쥴레쥬는 아랍의 영향력이 강했던 스페인을 통해 프랑스로 유입된 실내장식이다. 타일을 구워 장식하는 이 예술은 아랍에서 건물 내부의 비싼 카펫 대신 타일을 사용하게 되면서 유행한 양식이다. 그리고 이 아쥴레쥬의 푸른 빛 도는 타일 장식은 결국 동양의 푸른 도자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라 시갈의 타일 양식은 실제 모습을 눈으로 보는 것이 훨씬 화려했다. 게다가 라 시갈 천장과 벽면의 타일 위에 반복되고 새겨진 문양들은 이국적이지만 어디선가 낯이 익은 문양이다. 연속되는 꽃 문양이나 공작 두 마리가 대칭으로 서 있는 문양은 마치 우리나라 자개 장롱에서 노니는 학이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타일의 문양들은 덩굴풀이나 담쟁이 등의 형태가 반복되는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의 문양들이다. 이 역시 18~19세기에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동양의 자기, 칠기, 비단 양식에서 온 문양들이다. 그리고 세월은 흐르고 흘러 19세기 당시에 최고의 현대적 스타일로 장식된 건축물은 이제 낭트의 전통을 자랑하는 가게가 되어 있었다. 레스토랑 한 곳에도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남기는 프랑스의 저력을 나는 이곳에서 새삼 느끼게 된다.
이 레스토랑은 가격 면에서도 충분히 방문해 볼 만한 식당이다. 전채요리, 주요리, 디저트가 함께 나오는 코스요리 가격이 가게 명성에 비하면 전혀 높지 않은 편이다. 나는 레스토랑 종업원을 따라 레스토랑 가장 안쪽 홀의 한가운데 자리로 안내되었다. 식당에 혼자 들어와 식사를 하는 것인데, 온통 프랑스인들로 둘러싸인 한 가운데에서 홀로 앉아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홀로 한가운데 앉아 있어도 전혀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주변 사람을 흘끔거리지 않는 프랑스인들의 문화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와보니 레스토랑 내부는 꽤 넓은 편이다. 그리고 여러 좌석에 많은 손님들이 꽉 차게 앉아 있었다. 앉아서 찬찬히 보니 사람들 뒤편 벽면에는 낭트의 여인들을 담은 백 여 년 전의 화려한 벽화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19세기의 낭트 미인들이 살아남아 아래를 굽어보고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