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나리 작가의 <테이블>
신필규
성매수에 포커스를 맞추다: <뒷모습> - 손상민
성폭력, 성추행 등 대부분의 젠더 폭력 사건들은 '여성 문제'로 갈무리 되곤 한다. 이 같은 명명은 거의 모든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에선 정확할지 몰라도 문제의 근원인 가해자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래서인지 성범죄에 있어서 가해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이들은 드물다. 대부분에게 가해자란 '으슥한 골목길에서 선량한 피해자를 노리는 비정상적인 인간'으로 그려진다.
이는 성매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성판매에 나서는 여성이 어떤 사람인가는 끊임없이 이야기 하지만(이마저도 대부분 편견이 가득찬 것이 대부분이지만) 구매자가 누구이고 어떻게 사는지는 질문하지 않는다. 초점에서 벗어나 있다보니 성매수를 하는 남성들이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손상민 작가의 <뒷모습>은 이 같은 현실에 주목한 작품이다. 작가는 서울, 부산, 전주의 성매매 업소 집결지 인근의 옥상이나 건물 창문에서 야생동물을 찍는 대형렌즈로 성매수범들의 뒷모습을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500매의 사진 중 일부를 슬라이드 영상으로 공개했다.
결과물은 성매매에 대한 선입견을 확실하게 부순다. 나도 가지고 있던 생각과 달리 집결지는 번화가를 방불케 할 만큼 번잡했고 성매매 업소를 드나드는 남성의 숫자도 매우 많았다.
그들은 마치 동네 마트에 들어가듯 쉽게 업소의 문턱을 드나든다. 추정되는 그들의 연령대도 다양해서 그날 현장에 '남성 보편'이 존재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실제로 2016년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성매매를 경험한 남성의 비율은 50.7%, 즉 두 명중 하나 꼴이다.
손상민 작가는 성매매의 수요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이 작품을 통해 성매수범들이 성매수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그 행위에 약간의 공포를 느끼기를 바랬다고 언급했다. 나는 그 시도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작가의 사진 속에서 만큼 그들은 프레임의 바깥에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문제의 근원을 향해: <(주)둘 중 하나>이번 전시에는 성매매에서 매수를 하는 사람에 주목한 또 다른 팀이 있다. 이들의 작업은 보다 적극적이다. 작가들은 성매수가 문제의 근원임을 집중함과 동시에 이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다.
'(주)둘 중 하나' 팀이 만들어낸 'Anti_STB(Sex Trafficking Buyer)'는 바로 그 결과물이다. 무려 성매수 경험을 검진하고 이를 예방하거나 이미 성매수를 한 사람들의 회복을 돕는 키트다.
물론 가상의 제품을 시연한 것이지만 적어도 예방과 정화, 차단에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듯싶다. 이들은 키트를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성매수는 성 상품화 문화를 조장하고 확산하며 폭력과 착취를 정당화 한다. 그래서 처벌을 받는다. 그리고 오늘 안 걸리면 내일 걸린다.
흥미로운 것은 팀의 작업 방식이다. 언급했듯 작가들은 성매수가 성 상품화를 조장함을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는 여성을 마치 물질처럼 다루고 상품화 하는 풍조가 즐비하다. 가령 여성을 단지 몸으로 환원한 후 온갖 과학적인 설명을 덧붙여 노화 방지 제품을 팔아먹는 화장품 광고가 대표적이다.
(주)둘 중 하나는 이 방식을 거꾸로 돌려 성매수범들을 겨냥한다. 팀이 만들어낸 가짜 광고에서 성매수범들은 키트의 효능을 입증할 대상이자 실험 모델로 등장한다. 똑같은 접근 방식이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작가들의 행위는 매우 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성매수범들은 대상화 되고 분석되고 주목과 경고를 받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