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 국회 정문 앞에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해고자 복직과 고용승계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희훈
'노사는 1년마다 임금협약, 2년마다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이렇게 배웠다. 그런데 내가 활동하는 노동조합은 1년에 두 번 이상 임단협을 맺는다. 조합원들이 하청사업장에서 일하고, 원청이 하청을 6개월, 1년 단위로 바꾸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7년 동안 5번이나 소속이 바뀐 조합원도 있다. 그럴 때마다 노동조합은 새 업체와 또 임단협을 맺는다. 비정상적 상황으로 보이겠지만,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건 운이 좋은 경우다.
이게 다 '외주화' 때문이다. '진짜 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원청은 외주화를 통해 사용자로서 법적 책임을 피하고 하청 '바지사장'들은 중간에서 도급비를 챙긴다. 그러는 사이 우리 조합원들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매년 신입사원이 된다. 원청은 "협력사 정규직"이라고 주장하지만 거짓말이다. 이론의 여지 없이 "1년 계약직"이다. 원청이 주기적으로 하청을 평가해 실적이 저조한 업체를 갈아치우기 때문이다.
원청과 하청은 사다리 같은 안전장비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서 실적을 올리라고 한다. 방송통신업계는 이렇게 굴러간다. 이들은 케이블방송, IPTV, 초고속인터넷, 사물인터넷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노동자들을 '권리 없는 노동자'로 만든다. 독자(이자 고객) 여러분이 만나는 케이블기사, 인터넷기사는 대부분 하루하루 상품별 포인트를 쌓아 월급을 만들어낸다.
이런 현실을 바꿔보려고 노동조합을 한다. 그런데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노조, 그것도 민주노조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다. 이게 다 '외주화' 때문이다. 재벌 대기업이 상시지속업무를 외주화하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외주화는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교섭력을 낮추고, 파업까지 무력화할 수 있는 만능열쇠다. 노조 효과도 없앨 수 있고, 노조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노조 깨기, 참 쉽다. 희망연대노조 사례만 보더라도 그렇다. 조합원이 많은 업체는 계약해지하고 선별고용하면 된다(2014년 씨앤앰, 2016년 티브로드). 노조가 파업할라치면 원청이 직접 센터를 차리고(2014년 티브로드), 노조 없는 업체로 돌려막으면 된다(2017년 LG유플러스). 고용안정을 흔들고, 장기투쟁을 유도하고, 비조합원에게 일감을 몰아주면 조합원들이 불안하고 지쳐 떨어져 나간다(2014~2015년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