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 본 화순 사평장 풍경.
마동욱
5일 만에 다시 열린 장터가 스산해 보인 까닭은 차가운 겨울 날씨 탓만은 아니었다. 전남 화순군 남면 사평장은 이웃 화순장이나 능주장만큼이나 위세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주암댐이 만들어지면서 이웃 마을들이 수몰되기 전 얘기다.
1984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주암댐이 1991년 완공되면서 보성 득량만 등지로 흘러가던 사평천은 주암호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사평장을 오가던 많은 사람들은 탯자리를 주암호에 묻고 고향을 떠나 타향의 이방인이 되었다.
사평천을 비롯한 보성강 줄기에서 나는 다슬기는 품질이 좋았다. 한때 사평장 특산물로 과실인 배와 밤과 더불어 다슬기가 꼽혔다. 이 다슬기를 잡아 요리를 하던 식당도 덩달아 사평리의 명물이 되었다. 인근 광주나 순천 사람들이 다슬기수제비나 다슬기탕을 먹으러 사평을 즐겨 찾았다.
사평장은 매월 5일과 10일, 15일과 20일, 25일과 30일에 서는 오일장이다. 사평장이 사람들로 흥청거리자 노점 널브러진 자리에 양철지붕을 이은 점포가 만들어졌다. 양철지붕 아래 집집마다 꿈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파란 연탄 불꽃처럼 장터를 수놓던 아름다웠던 꿈. 어떤 꿈은 꽃처럼 이뤄졌고, 어떤 꿈은 꽃처럼 피다가 지고 말았다. 그래, 다들 꽃 같은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양철 문들은 주인을 잃고 굳게 닫혀져 있다. 침묵하는 양철문 사이사이를 휑한 바람이 스르르 지나간다.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서늘한 바람. 양용만(61)씨는 약 40여 년 전부터 사평장에서 신발장사를 하고 있다.
시장과 장의 차이, 사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