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롱 굿바이> / 지은이 모리타 류지 / 옮긴이 김영주 / 펴낸곳 생각의 힘 / 2017년 11월 13일 / 값 14,800원
생각의 힘
<아버지, 롱 굿바이>(지은이 모리타 류지, 옮긴이 김영주, 펴낸곳 생각의 힘)는 알츠하이머 치매 아버지를 돌보며 쓴 십 년의 간병일기입니다. 롱 굿바이는 알츠하이머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치매, 알츠하이머가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지만 이 세상 그 누구도 결코 나와는 무관한일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그런 노인을 수발하며 사는 이웃을 보며 기껏 우리가 실감하는 정도는 '어쩌면 저게 우리의 미래모습인데...' 하는 정도입니다.
그러기에 막연합니다. '나는 아닐 거'라는 기대감을 전제하고 있어 구체적일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추상적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늙어가고 병들어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게 모두에게 주어진 인생 여정입니다.
수간호사였던 어머니는 파킨슨병을 앓다 돌아가십니다. 기상청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치매에 걸리고, 조현병에 걸린 동생까지 돌봐야 하는 저자의 삶은 마치 남의 얘기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결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수도 있는 게 저자가 경험하고 있는 간병입니다.
저자에게는 이미 맞닥뜨린 현실, 우여곡절로 넘어버린 경험이지만 우리 누군가에게는 매복된 미래, 아직 맞닥뜨리지 않았을 뿐 언젠가는 겪을 수도 있는 또 다른 여정일 수도 있기에 결코 가벼운 내용이 아닙니다.
노인을 내버리는 산으로 데려가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근대적인 설비를 갖춘 간병시설에 모시러 가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러나 고집스럽게 입소를 거부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역시 어쩔 수 없는 죄책감이 느껴졌다. - 88쪽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버지가 어떤 죽음을 원했는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상적인 죽음이라는 것은 간병을 시작한 뒤에 갑자기 속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 <아버지, 롱 굿바이> 215쪽간접 경험으로 읽을 수 있는 치매 환자 간병우리는 책을 통해 지식도 얻고, 정보도 얻고, 즐거움도 얻습니다. 그러함에도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노인성 질환에 대한 지식, 노인복지에 대한 정보뿐만이 아니라 노인성 질환을 가진 가족을 간병하면서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간접경험입니다.
저자의 일상에 독자의 미래를 얹어 시뮬레이션을 해봄으로 좀 더 적극적이고 리얼한 상황을 간접으로나마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노인성 질화인 치매를 앓게 되었을 때, 치매까지는 아닐지라도 나이 드신 노인을 보살피거나 모셔야 할 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하는 진지함을 읽게 됩니다.
젊은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 건강한 생각으로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반응을 보이는 게 늙고 병든 사람들이 보일 수 있는 거동입니다. 모르고, 경험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면 좋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어떤 일을 맞닥뜨려야 할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면 예비지식 정도로 챙겨두는 간접경험도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자의 삶이 피곤해 보일 때는 어느새 함께 짜증나며 화가 나기도 합니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아버지가 야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늙고 병듦에서 오는 것이라는 걸 인식하게 되면 측은지심으로 이해됩니다.
중년 이후의 사람들에게는 노후를 대비해 나가는 지혜가 되고, 나이 드신 부모님을 둔 사람들에겐 한 번쯤은 챙겨 봐야할 책, 눈으로 읽지만 머리로는 어느새 전후 상황을 가늠해 보게 하는 간접경험이 될 거라 기대됩니다.
아버지, 롱 굿바이 - 알츠하이머 치매 아버지를 돌보며 쓴 십 년의 간병 일기
모리타 류지 지음, 김영주 옮김,
생각의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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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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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어떤 죽음을 원했을까? 물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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