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5년만에 복귀한 최승호 MBC 신임 사장최승호 MBC 신임 사장(왼쪽)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 첫 출근하며 김연국 노조위원장과 함께 사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유성호
MBC 간판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돌아온다. 경영진의 방송 아이템 통제에 반발해 지난 7월 21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간 PD수첩이 MBC 총파업 종료 이후 마침내 방송 정상화에 나선 것이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PD수첩은 오는 12일과 19일 2주에 걸쳐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편성, MBC의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국가정보원이 기획한 MBC 장악 시나리오의 전말을 파헤치고, 공영방송의 역할과 의미를 되새긴다는 것. 지난 2012년 총파업 당시 해고됐던 정재홍 작가와 비제작부서 발령으로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손정은 아나운서가 합류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진다.
PD수첩의 얼굴이었던 최승호 뉴스타파 PD도 돌아온다. 그러나 아쉽게도(?) 최승호 PD의 얼굴을 카메라에서 볼 수는 없을 전망이다. 그가 PD수첩이 아닌 김장겸 전 사장의 해임으로 공석이 된 MBC 사장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앞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7일 이사회를 열고 최승호 PD를 MBC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2012년 총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지 5년 만에 MBC의 최고 경영자로 복귀하는 셈이다.
PD수첩은 MBC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시사프로그램의 대명사라 불리던 간판 프로그램이었다. 저널리즘의 황금기를 이끌던 어제의 용사들이 작가와 아나운서로, 그리고 사장으로 다시 뭉치게 됐으니, 날카로운 탐사보도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던 PD수첩이 제 모습을 찾게 될 날도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매의 눈으로 권력의 치부를 밝히고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쳐온 PD수첩이 제 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은 공영방송 MBC가 정상화되는 신호탄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광우병 보도',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검사와 스폰서'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줄기차게 추적해온 최승호 PD, 아니 사장의 복귀는 추락할 대로 추락한 MBC를 복원시키는 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승호 사장 역시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와 바람을 의식한 듯,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방문진 이사회 종료 직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MBC가 너무 긴 세월 동안 어려운 과정을 겪었고 국민들께 많은 실망을 끼쳐드렸는데 다시 MBC가 국민께 돌아가게 됐다. 제가 중요한 직무를 맡았는데 꼭 다시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파성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최승호 사장은 "특정한 정파의 입장에 위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외압을 막는 방패로서의 역할을 하겠다. 이렇게 보도해라 저렇게 보도해라 이런 얘기 절대로 안 하겠다. 내부 구성원들이 받을 수 있는 압력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MBC가 권력 감시와 견제라는 방송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편파·왜곡 방송을 일삼아왔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오죽하면 시민들로부터 '정권의 혓바닥', '엠빙신', '개비씨' 등의 냉소와 조롱을 한몸에 받았을까.
실제 김재철 전 사장이 부임한 지난 2010년 이후 MBC는 노골적인 정권 편향성을 드러내며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를 문제 삼는 구성원들을 해고하거나 부당 전보조치시키는 등 전횡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권의 거수기로 머물던 그 기간 동안 MBC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들은 일일히 열거하기가 벅찰 정도로 부지기수다.
MBC를 정상화 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최승호 사장이 책무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처참하게 무너진 MBC의 방송 공정성과 투명성을 회복하고 저널리즘을 바로 일으켜 세우는 일, PD·기자·아나운서 등이 외부의 압력에서 벗어나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말이다. 그것이 만신창이가 된 MBC를 지금껏 믿고 기다려 준 시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