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직장갑질119의 가면무도회직장갑질119는 7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카페에서 가면무도회를 열었다.
직장갑질119
"직장은 전쟁터, 밖은 지옥이니... 버텨야 한다"이날 가면무도회에는 10여 명의 갑질 피해자가 참석했다. 가면까지 쓰면서 참석자들이 털어놓고 싶었던 것은 직장에서 받은 상처였다. 갑질 피해자들은 다른 피해자와 직장갑질119 스태프들과 삼삼오오 모여 갑질 피해는 물론 자신만의 갑질 대처 방법을 공유했다.
피해자 '새날이 올 때까지'는 "사장이 저를 '개XX'라고 불러요. 전직 임원이었던 사람이 회사 상대로 소송하는 사례가 없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회사에서 보직해임된 상태로 2년째 다니고 있다. '점심 왕따', 화장실 앞 근무 등을 겪고 있지만 회사와 싸우면서 버티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 '닥터지바고'는 "저는 5년 전부터 직장에서 희망퇴직을 하라고 했는데, 거부하니 해고를 시켰어요. 행정소송에서 승소해서 복직했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 때문에 20kg가 빠졌어요"라고 고통을 털어놨다.
'계룡선녀'라는 닉네임을 지닌 피해자는 울먹이며 이야기했다.
"저 혼자 많이 힘들어서 여기 저기 도움을 받으려고 노력했어요. 노조도 찾아가보고 인권위도 찾아가보고 하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피해자들이 위로와 조언을 건넸다. '닥터지바고'는 "직장은 전쟁터이지만, 밖은 지옥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힘들어도 버텨야 해요"라고 당부했다. '새날이 올 때까지'도 '계룡선녀'에게 노하우를 전해줬다.
"제가 (투쟁한 지) 675일째인데요. 기억하고 싶지 않겠지만 적어야 해요. 한 줄이라도 그날 어땠는지, 어떤 사람이 어떻게 했는지, 그날 어떻게 버텼는지 써야 다음에 똑같은 일을 당해도 잘 대처할 수 있어요."갑질 피해, 뭉쳐야 산다회사와 몇 년씩 싸우고 있는 피해자들은 다른 피해자에게 먼저 길을 간 선배이자 희망이 됐다. 닉네임 '부지런한 워킹맘'은 큰 위안을 얻었다.
"해고를 당하기 전에는 쌍용차 해고자들이 데모를 하고 자살하는 것을 보면서 '다른 곳 가면 되지, 왜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해고통보를 받고 그 다음날 담당자를 찾아갔을 때 그 심정을 알겠더라고요. '자식 때문에 어쩔 수 없구나, 더럽고 치사해도 버텨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 오신 '새날이 올 때까지', '닥터지바고'님 모두 그런 마음이었겠죠."여기에 '닥터지바고'는 "혼자가면 못 가는데 여러 명이 함께 가면 갈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새날이 올 때까지'는 "회사에서는 저 혼자지만 직장갑질119에는 다양한 피해자들이 있잖아요. 제가 조금이라도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피해자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직장갑질119 총괄 스태프인 오진호씨는 "직장갑질119 카카오톡방을 보면서 '직장이 재난수준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런 궂은일을 겪으면서도 그걸 말하면 불이익이 올 것이라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는 걸 봤다"라면서 "가면무도회는 그런 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다"라고 밝혔다.
그는 "어려움을 겪은 분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힘든 점을 주고받으며 우리사회에서 갑질이 없어질 때까지 손잡고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노동전문가·노무사·변호사 등 241명이 직장 내 부당한 업무지시, 갑질 등을 고발하기 위해 지난달 1일 꾸린 공익단체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30일까지 약 한 달간 들어온 직장 갑질 관련 제보는 모두 2021건이다. 한림대 성심병원이 간호사들에게 체육대회에서 선정적인 춤을 강요했다는 폭로도 이 단체를 통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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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저를 '개XX'라 부르지만, 버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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