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별>은 2006년 있었던 '한강맨션 고양이 억류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길고양이 작가 이용한은 당시를 고양이 꼬미의 시선을 재구성한다. 이미정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은 여운을 더한다.
책읽는곰
이렇게 길 위에서 삶을 살아가던 꼬미네 가족들에게 최대 위기가 닥친다. 운영위원회 주민들이 꼬미네 가족들이 살던 지하실 문을 막아 버린 것이다. 마침 계절은 겨울이어서 꼬미 가족들은 추위와 굶주림과 싸워야 했다. 다행히 꼬미 엄마는 감금을 피했다. 그러나 지하실 주변에 사람들이 놓은 덫에 걸려 다른 곳으로 끌려갔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알록 이모가 지하실에서 낳은 세 마리의 아기 고양이도 배고픔과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고양이 별로 떠난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남은 고양이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위기 상황을 버텨 나간다. 작가의 글에서 길고양이들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우리 셋은 서로 꼭 껴안고 체온을 나누었어요. 한 마리보다는 두 마리, 두 마리보다는 세 마리가 훨씬 따듯했어요. 굳었던 몸이 조금씩 풀리자,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이 감겼어요. 알록 이모와 코코 아저씨는 잠들면 큰 일 날 수 있다며 계속해서 나를 핥아 주었어요." - 본문 71쪽 한강맨션 고양이 억류사건은 사건의 심각성 탓인지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심도 있게 다룬 바 있었다. 무미건조한 보도 기사를 통해서도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그런데 고양이의 시점에서 바라본 그때의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야말로 잔혹동화다.
그러나 <고양이 별>이 그저 사건의 참혹상을 재구성한 데 그치는 건 아니다. 그보다 작가는 차분하고도 호소력 강한 어조로 길고양이들에게도 저마다의 '삶'이 있었음을 일깨워준다.
이용한 작가는 지난 9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책과 사진을 통해 '사람과 고양이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 같은 작가의 시선은 이 책에 잘 스며 있다. 이미정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도 책의 여운을 더해준다.
길고양이들은 흔하디 흔하다. 가끔씩은 사람들로부터 끔찍한 해코지를 당하고, 이 가운데 일부 사례는 언론에 나오기도 한다.
부디 간절히 호소한다. 말만 못할 뿐이지 길고양이들도 각자의 삶이 있는 존재들이다. 살아 숨쉬는 이유만으로도 이들의 존재는 소중하다. 말 못한다고, 약하다고 해코지하는 건 범죄다. 사람들의 괴롭힘 때문에 가뜩이나 고달픈 삶을 살아내야 하는 길고양이들이 고양이별로 떠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고양이 별은 여기처럼 춥지 않겠지? 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도 없을 거야. 그렇지?" - 본문 69쪽
고양이 별
이용한 지음, 이미정 그림,
책읽는곰,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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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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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탄생한 '한강맨션 고양이 억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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